최근 한 국내 기업의 신제품 발표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웹 3.0을 이끌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라고 소개하는 걸 들었다. 옆 자리에 있던 사람이 피식 웃으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 "웹 2.0이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린지..."





웹 2.0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지난 3년 간 국내외 산업 부문 특히 IT 산업 부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페이스북, 플리커와 같은 웹 2.0을 대표하는 많은 웹 서비스가 북미에서 탄생했고 이들은 짧은 기간에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몇몇 웹 서비스는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들은 수천백억 원이 넘는 가격에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며 또 한번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한국의 사정은 어떠했나?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한국 또한 웹 2.0을 표방한 새로운 웹 서비스가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들 중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웹 서비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몇 웹 2.0을 표방한 웹 서비스가 전격 서비스 중단을 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가 있었다.

웹 2.0을 표방한 모든 서비스가 반드시 대중적 인기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외의 웹 2.0 서비스 중 앞서 언급한 유명한 몇몇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별 다른 수익 모델이 없고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도 못하여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웹 서비스와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웹 서비스의 근본적인 차이도 있지만 모든 창업자가 성공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생각해봐도 한국에서 웹 2.0을 표방한 웹 서비스 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경우가 적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웹 2.0 서비스가 '적다'가 아니라 '없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지난 3년 사이 100백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새로운 웹 2.0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


■ 웹 2.0 서비스의 성공
사 업적 '성공'이라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며 상승이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업적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웹 2.0 서비스의 성공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북미에서 주목 받은 웹 2.0 서비스들 일부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약하거나 매출이 발생하지만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웹 서비스는 수천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어 대기업에 팔리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웹 2.0 기업의 수익 모델은 기업 인수합병이다”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보다 대개의 웹 2.0 서비스들이 공격적으로 새로운 사용자 요구에 도전하기 때문에 웹 2.0 기업의 첫번째 성공 기준은 ‘사용자 확보’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금액에 거래가 된 웹 2.0 서비스들은 '단기간에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부족하더라도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활동적인 웹 서비스는 큰 기업이 투자나 인수합병을 할 만한 매우 흥미로운 조건이 된다.

만약 마이스페이스가 1억 명을 모으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그렇게 큰 관심을 얻기 힘들었을 수 있다. 2006년 구글이 마이스페이스의 광고권을 따 내기 위해 9억 불(당시 환율로 9천억 원)을 지불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사용자를 단기간에 모아내는 웹 서비스는 일종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사업과 고객에 대한 기존 관점에서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천천히 확보하고 그들이 상품을 재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는 반면 웹 2.0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와 기술, 흡수 방식을 통해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사용자를 확보하는 특징이 있다.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비로소 웹 2.0 서비스는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에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받거나 혹은 대기업에 서비스를 넘기기도 한다.

이것은 10여년 전의 웹 서비스 성공과 비교하여 다소 달라진 측면이 있다. 닷컴 거품이라고 불리던 시절에는 비록 그 서비스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이유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투자자(인수합병을 포함하여)는 좀 더 까다로워졌고 아무리 의미있는 웹 2.0 서비스라도 일정 수준의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투자자의 요구와 웹 2.0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요구는 심각하게 충돌한다. 2년 전 새로운 웹 2.0 서비스를 개발하여 유지 중인 한 기업의 CEO는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현재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 알고 싶어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투자인데 그들은 사용자가 너무 적다고 우려를 표한다."

그 는 지난 2년 간 많은 투자자를 만났고 그들 대부분이 웹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결국 현재 사용자가 너무 적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것은 딜레마일까? 웹 2.0 서비스의 운영자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투자자를 찾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싶어하지 않는다.

웹 2.0 서비스에 투자를 하려던 한 투자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만약 하루에 1만 명씩 새로운 사용자가 가입하고 있는 곳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해야 그렇게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결국 홍보가 그 웹 서비스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소리 아닌가? 홍보에 대한 투자 비용이 줄어들면 사용자도 줄어 드는 서비스에 투자할 수 없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만약 서비스가 그토록 매력적이라면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투자를 해야 비로소 늘어나는 사용자라면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통해 사용자를 늘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투자자들은 부정한다. 반면 웹 2.0 서비스 운영자들은 투자가 있어야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까?

웹 2.0 서비스 중 주목받고 있는 북미의 몇몇 서비스를 살펴봤을 때 이 논쟁에서 투자자들의 의견이 옳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자신의 웹 서비스가 갖는 가능성과 기술력으로 설득하는 것은 투자자의 돈주머니를 열 수 없다. 아직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웹 서비스라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

세계적인 검색 사업자인 구글의 초창기 일화 중 '신용카드'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초 구글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후 급증하는 검색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서버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없자 창업자들은 자신의 신용 카드를 이용하여 서버 컴퓨터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만약 엔젤 투자자를 만나지 못했고 초기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그들은 파산했을 것이라는 일화다.

구글의 창업자들이 초창기에 급성장하는 자신의 웹 서비스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면 투자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단지 구글 창업자들의 기술력이나 검색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설득하는 식으로 투자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 웹 2.0 성공 신화
올 해 초 웹 2.0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몇몇 신생 기업의 대표들과 컨설팅을 한 적 있다. 이들은 앞서 이야기한 투자에 대한 토로를 하곤 했는데 내 대답은 "우선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운영 자금이나 홍보 자금이 부족하다며 우선 투자를 받으면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사용자를 모으는 방식이 반드시 기업 홍보나 마케팅, 혹은 보다 나은 서비스의 개발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사용자를 급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하루에 1만 명 이상의 신규 사용자 증가를 시킬 수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서비스 제휴’이며 하루 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웹 서비스를 찾아 서비스 공급의 조건으로 서비스를 확장시키라고 조언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웹 2.0 서비스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가 생존하고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 조언에 대해 웹 2.0 서비스 기업 대표들은 무시하거나 중요치 않게 생각했다. 자사의 서비스가 뛰어나면 서비스 제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현재 내부에서 개발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웹 2.0 성공 신화’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웹 2.0 서비스가 거대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웹 2.0 서비스의 운영자들은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겠지만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그리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소수의 사람들만 열광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웹 2.0 서비스는 이미 성공한 다른 서비스에 적용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웹 2.0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웹 2.0 성공 신화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저 힘 빠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작년 초 웹 사이트의 문서를 스크랩하여 저장할 수 있는 특별한 웹 2.0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 중인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 이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소개서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서비스의 대상자를 ‘전 인터넷 사용자’라고 적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비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것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었고 기술 구현 수준도 훌륭했다. 그러나 컨설팅 직전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숫자를 예측해 보았는데 그들이 예측하는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해당 웹 2.0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사용자의 경우 최대 100만 명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이 숫자의 대부분이 이미 다른 형태의 서비스로 요구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해당 기업의 CEO는 "아직 우리 서비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향후 서비스가 더 발전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서비스는 최근 서비스를 중단하고 웹 사이트 또한 폐쇄되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되었지만 서비스는 결국 5만 명도 되지 않는 사용자를 확보하는 수준에서 멈췄고 모 회사의 투자가 끊기며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웹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성공 신화를 꿈꾼다. 특히 웹 2.0 서비스의 경우 "우리는 남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다 성공 신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웹 서비스는 기술적 우월성도 중요하고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확보’다. 비록 기술적으로 미흡한 상태더라도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웹 서비스, 특히 웹 2.0 서비스는 생존하기 힘들다.


■ 생존의 조건
2006년 이후 국내를 대표할만한 웹 2.0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성공에 대한 신화에 너무 몰입함으로써 성공의 기준이 높아진 것은 아닌가 싶다.

웹 2.0을 표방하는 모든 서비스가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매일 수억원의 거래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셉트의 웹 2.0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사용자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아무리 노력해도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운영자의 문제나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웹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딱 그 정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의 수강신청을 편리하게 해 주는 어떤 웹 서비스가 있는데 이 웹 서비스가 1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웹 서비스는 대학생이 아니면 쓸모가 없고 한국의 대학생은 대략 3백만 명 가량이다. 3백만 명을 모두 사용자로 확보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한국의 모든 대학교 수강신청표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3백만 명이라는 최대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노력과 시간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만약 생존의 조건을 착각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비용만 지불하고 그로 인해 웹 서비스가 사라져 버리는 결과에 이를 것이다.

이런 웹 서비스의 생존 조건은 무엇일까? 3백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할까? 혹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사용자 목표를 정한 후 웹 서비스의 콘셉트를 변화시켜야 할까? 바로 이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웹 2.0 서비스가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웹 2.0 성공 신화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끊임없는 신규 사용자의 유입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신규 사용자의 수준은 각 웹 2.0 서비스마다 제 각각이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하루에 1천 명은 신규 가입을 해야 생존할 수 있고, 어떤 웹 2.0 서비스는 1백 명 정도로 충분할 수 있다. 신규 가입자 뿐만 아니라 일일 방문자, 사이트 체류 시간, 페이지 뷰 등 생존을 위해 유지해야 할 숫자는 훨씬 많다. 그 숫자가 생존을 위한 목표가 된다.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을 때 투자가 있고 미래도 있다.

한국 포털의 어두운 미래

Posted 2008/10/21 04:37

2008년 10월 현재 한국 포털 사업자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포털이 한국 IT 기업의 특성 중 하나로써 발전시켜야 한다는 관점이며 또 다른 하나는 포털에 대한 애증의 관점이다. 후자는 한국 포털의 존재를 인정하며 동시에 포털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단체 중 하나인 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7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운영사를 형사고소했고 지난 10월 7일 NHN과 다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포털 사업자가 불법 음원을 단속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형사고소를 했다. 이들은 포털이 한국 음반 사업을 죽음으로 이끈 주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단체 외에도 한국의 포털 사업자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단체는 꽤 많다. 음악을 비롯한 만화, 소설, 영화 등 각종 저작권 단체들이 포털을 통한 불법 콘텐츠 유통에 이를 갈고 있다. 이들 저작권 단체 못지 않게 각종 신문과 잡지, 방송사 등 언론사들의 포털에 악감정도 만만치 않다.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사는 (주)다음에 대한 뉴스 공급을 중단했다. 언론사와 포털의 갈등은 오래된 일이지만 본격적으로 언론사가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털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단체는 이들 뿐만 아니다. 수 많은 단체들이 한국 포털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다.



포털에 대한 애정과 증오

한국 포털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는 수 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포털이 밉지만 포털과 함께 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포털과 함께 하지 않으면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포털에 대한 애정이 있고, 포털에 휘둘리고 포털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증오의 마음이 있다. 이것은 포털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Portal) 웹 사이트의 어원적 의미와 초기 사업 모델은 직접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현재 포털의 모습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10여년 전 포털 사업이 막 태동하던 시절의 국내외 포털 웹 사이트는 "링크 디렉토리(Link Directory)"를 기본으로 "검색(Search)"이 공존하는 형태였다. 링크 디렉토리는 각 주제 별로 구분된 각종 웹 사이트의 주소를 저장하고 있었다. 어떤 사용자가 대학교 웹 사이트를 찾고 싶으면 포털에 와서 그 대학교의 이름을 디렉토리에서 찾거나 검색을 하는 방식이었다. 포털은 그 링크 정보만 저장하고 있었고 사용자들은 포털에서 링크를 클릭하여 그 웹 사이트로 이동하면 되었다. 그야말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웹 사이트로 이동하는 관문(Portal : 포털의 사전적 의미는 관문이다)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 모델에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포털은 정보를 제공하는 링크 사이트로써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지만 수익 모델이 매우 취약했다. 기껏해야 베너 광고 정도를 붙이는 수준이었고 이런 수익 모델로는 포털 서비스를 운영하기 힘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은 근본적으로 성장하려는 속성이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것은 대개 인간의 속성일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의 속성이기도 하다. 포털 사업 또한 마찬가지 속성을 갖고 있고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베너 광고라는 취약한 수익 모델에 기초한 포털 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한 포털 사업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개시한다.

2000년 즈음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 하나는 포털이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다음, 라이코스코리아, 네띠앙과 같은 사업자들은 음반, 영화, 출판, 게임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포털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전했다. 반면 NHN은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는데 소위 '검색 키워드 광고'의 도입이 그것이다. NHN은 포털을 통해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판매한다'는 관점에서 포털 사업을 진화시켰고 다른 포털 사업자들은 다양한 사업 영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포털 사업을 진화시키려 노력했다. 포털 사업의 진화 방향은 달랐지만 모든 포털 사업자는 두 가지 필요 요건이 있었다. 하나는 양질의 콘텐츠였고 다른 하나는 포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킬러 서비스(Killer service)였다. 다음과 NHN의 경우 킬러 서비스로서 각각 한메일/카페와 지식in을 만들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양질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2000년 즈음에 다음과 NHN을 통해 제공되는 많은 서비스 - 구인구직이나 증권 정보, 뉴스 등 - 대부분은 무료로 제공되거나 매우 낮은 비용만 지불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혹자는 이것이 포털의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다. 당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웹 사이트들은 포털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더 많은 사용자에게 보여 줄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 때문에 무상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포털에 제공하는 경우가 흔했다. 실제로 포털은 이런 웹 사이트들에게 큰 이득을 줬다. 현재 연 간 매출 100백 억원의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의 경우도 포털과 제휴를 통해 거의 무상에 가까운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포털은 자사에 필요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포털 방문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고 서비스 제공사는 포털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이후 포털과 관계를 청산하며 한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과도기를 거친 후 현재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포털과 협력 관계에 있던 모든 업체가 이 경우처럼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포털 사업자들이 고의적이며 악의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위해 파트너 사업자의 고혈을 빨아 먹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이것은 마치 한국 대기업이 악덕 자본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며 그들이 한 역할이라곤 스스로 배불리기 뿐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포털의 사업 구조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환경'은 어떤 의미에서 이기적인 시장 분배 요구라는 생각도 든다. 포털 사업자가 힘겹게 만들어 온 사업 부문이 안정화되고 수익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자 시장의 파이를 내 놓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신문사들이 포털에 대해 주장하는 수익 분배 구조의 모순이라는 주제는 상당 부분 신문사 자체의 온라인 수익 구조 확보 실패로 인한 것임에도 포털의 사업 구조에 문제의 근본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 포털의 미래

순수하게 사업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포털 사업은 연간 3~4조원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 사업을 네이버, 다음과 같은 검색 중심의 포털이 아닌 게임 포털까지 확대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G마켓, 옥션과 같은 오픈 마켓 또한 쇼핑 포털로 규정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구인구직, 증권, 뉴스 등의 웹 사이트 중 포털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포털 사업의 규모는 한국 온라인 소비자 시장의 대부분에 관여할 정도로 그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다. 한국 포털의 미래에 대해 예측할 때 단순히 검색 중심의 포털인 네이버나 다음만 고려한다면 그 예측은 매우 부분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 포털 사업자를 다양한 주제 별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포괄한다면 현재 포털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규제 정책의 문제점이 더욱 커짐을 알 수 있다.

최근 몇년 간 정치권과 미디어사를 중심으로 한국 포털 사업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실명제 도입, 신문법 개정, 게임 등에 관한 강력한 법률적 제재 조치 등은 포털 사업에 대한 지원이나 활성화보다 규제 정책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한국 포털 사업의 경우 NHN이 코스닥에 상장되며 검색 광고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한 2003년을 시점으로 사업화 과정에 돌입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이후 5년은 특히 광고 사업 부문에서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몰락과 포털의 영향력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우연히도 이 시기는 인터넷과 IT 사업을 중시하던 이전 정권의 집권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정권이 포털을 밀어 줬고 포털은 정권의 이익에 복무했다"는 소문까지 떠돌기도 했다. 그러했다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포털에 대한 규제 정책을 내놓은 사람이나 단체들은 한결같이 현재 포털의 문제점을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포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포털 사업의 성장성 한계나 한국 시장의 영세성 때문이 아니라 정치권에 의해 언제든 포털 사업 부문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포털 사업자들은 그들의 사업적 성과나 기술적 도전에 의해 평가 받기 보다는 외부 세력의 개입에 의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포털 사업자의 해외 진출이나 기술적 진보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매우 낮고,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 포털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서비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의 대표적인 웹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그들만의 독특한 서비스 구조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나름의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진화한 사업 모델을 '폐쇄적'이라거나 '일방적'이라는 형용어로 가치 절하하는 것은 마치 자신에게 불필요하게 냉정한 한국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웹(WWW)은 과거 10년 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지고 정교해졌다. 과거에 비해 현재 웹 사이트들은 보다 높은 기술로 개발되고 있고 사용자들의 요구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하나의 웹 사이트를 한 명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 성공 신화를 만드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데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걸출한 웹 서비스가 지난 몇 년 간 잘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돈과 인력과 기술이라는 국가적 기반 자원의 한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반면 오픈 소스 (Open source)나 개발자 교육에 대한 한국의 정책적, 산업적 지원 상황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포털 사업자들은 한국의 웹 서비스의 기술적 과제에 도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지난 몇 년 간 수행해 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업자들은 해외 웹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한국적 상황에 적용시키기 위해 내부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국내외 개발자 그룹을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정책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포털에 대한 규제 정책만 강화되고 있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 포털에 대한 정치적 관점을 버리고 접근한다면 한국 포털은 미래의 웹 서비스에 대한 선진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 포털은 규제보다는 더 많은 기술적 지원과 정책적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지원 정책이 강화된다면 한국 포털은 지난 몇 년 간 진행해 온 자기 개선 노력과 국가와 정부가 관심갖지 않았던 웹 서비스 개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몇 년 더 지속된다면 한국의 웹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과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한국 포털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시도가 포털 사업에 대한 제재로 귀착된다면 우리는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경쟁 우위 사업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맡게 될 지 모른다.
웹 사이트를 만들 때 만약 어떤 페이지가 동적으로 자동 구성되게 만들려면 반드시 어떤 정책(policy)이 필요하다. 자동화 시스템은 대부분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 접근하면 자동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복잡해 진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려는 속성이 있고,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더 많은 '조건'이 있을수록 보다 '신뢰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1년 즈음에 한 웹 사이트를 만들며 메인 페이지에 <오늘의 인기 글>을 포함시킬 계획을 세웠다. 회사 경영진은 웹 사이트 운영을 위한 인건비를 최소화하길 바랬다. 때문에 매일 <오늘의 인기 글>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이 부분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나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며 그런 구성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일단 지시한 것을 구현하기로 했다.


정의


<오늘의 인기 글>이라는 것에 대해 정의를 먼저 해야 했다. 개념적 정의지만 이 정의 때문에 멍청한 짓을 반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오늘의 인기 글>을 정의하는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일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걸 왜 정의해야 하죠?"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초의 반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설령 일치하더라도 틀렸을 수 있으니 한 번 검토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몇 명과 함께 회의실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오늘의 인기 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화이트 보드에 커다랗게

오늘 // 의 // 인기 // 글

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토론 주제는 5가지인데 각각 "오늘", "의", "인기", "글"이며 끝으로 "오늘의 인기 글"에 대해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바빠 죽겠는데 뭘 하자는 거지..."
"저게 프로그램 개발과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런 수근거림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단 한 명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2주일 전에 입사한 프로그램 팀장이었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커뮤니티 소프트웨어를 5년 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내 이야기에 매우 흥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웅성거림 속에서 그가 이야기를 했다,

"저 주제는 이야기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오늘에 대해 누가 정의해 볼 사람이 있나요?"

순간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머뭇거리던 사람 중 하나가 대답했다,

"24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00:00:00에서 23:59:59까지를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가 물었다,

"그럼 오늘의 인기 글은 그 하루를 기준으로 해야겠네요?"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죠, 오늘의 인기 글이니까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00:00:01에 웹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은 1초 사이에 선정된 오늘의 인기 글을 봐야 할텐데 1초 사이에 아무런 글이 올라와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회의실은 순간 매우 조용해졌다. 나는 그 팀장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토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의해 <오늘의 인기 글>을 개발하는 방식이 매우 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과 웹 사이트에서 정의한 '오늘'은 다른 경우가 흔하다. '오늘'의 정의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지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를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 '오늘'을 4개로 나눈다
- 시스템은 6시간 간격으로 새로운 '오늘'을 정의한다
- 24시간 기준의 '오늘'은 새로운 데이터로 저장한다

위와 같이 '오늘'에 대한 정책을 정하게 되었다. 이 정책에 의해 <오늘의 인기 글>은 6시간 간격으로 업데이트되고 하루치 모든 글을 수집하고 통계하는 대신 6시간 간격으로 업데이트된 글만 따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어제의 인기 글>이라는 데이터베이스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저장되어 보여주기로 했다.

우리는 이어서 "인기"와 "글"에 대한 토론을 했고 각각을 새롭게 정의했다. "의"는 시스템의 시간과 사용자가 인지하는 시간에 대한 토론이었다. 끝으로 "오늘의 인기 글"이라는 통합 개념에 대해 토론했다. 모든 토론을 끝내는데 3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토론을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실제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는 없었다.


한계

이렇게 정의를 하자 <오늘의 인기 글>이라는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 만약 00:00:01초에 업데이트된 글이 있다면 이 글이 아무리 인기 있는 글이 올라왔더라도 <오늘의 인기 글>에 반영되는데 최소한 6시간 지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실시간 인기 글을 만들자"는 주장이 있었고 "지연 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시스템이 불필요하게 동작하여 과부하를 발생시키는 문제와 인기 글이 너무 자주 바뀌어 인기 글에 대한 주목을 떨어 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한계를 어떤 식으로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던 우리는 갑자기 이런 질문에 부딪치게 되었다,

"6시간 업데이트가 과연 적절한가?"

왜 우리는 6시간 간격으로 인기 글을 업데이트하기로 정의한 것일까? 아직 웹 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어떤 웹 사이트에 대한 서로 다른 경험에 기초하여 6시간이라는 지연 시간을 선택했다. 우리는 그 경험 즉 우리들이 경험했던 다양한 웹 사이트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2시간 동안 그 이야기를 더 한 후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 하루에 업데이트되는 글이 1백 개 미만일 때까지 6시간 유지
- 3백 개 미만일 때 3시간으로 조정

하루에 새로운 글이 3백 개 이상 올라올 경우 전반적인 하드웨어 추가와 웹 사이트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오늘의 인기 글>에 대한 정책 또한 전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초기에 곧장 1백 개 이상의 글이 올라 올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당시 우리가 기획하던 웹 사이트는 블로그나 BBS와 같은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의해 구성되는 웹 사이트였다면 처음부터 이 정책에 포함된 숫자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이렇게 한계에 대해 정의를 했음에도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매우 중요한 글이나 사용자에 의해 주목받는 글이 갑자기 나타났을 경우 대응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기술적인 시도를 계속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토론하고 정의한 부분으로 기술적인 과제는 충분히 나온 상태이며 완벽히 프로그램에 의해 돌아가는 웹 사이트를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운영자 당번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운영자 당번제는 여러 운영자가 돌아가면서 웹 사이트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글을 <오늘의 인기 글>에 임의로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정했다

- 해당 글의 조회수가 급등할 경우 해당 운영자 휴대 전화로 문자 메시지 자동 발송
- 급등의 기준은 1시간 이내 100회 이상의 히트수 증가가 있는 경우

SMS로 문자 메시지를 자동 발송하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었다. 급등 기준은 시스템 관리 메뉴에서 임의로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이 시스템은 고의적으로 게시글의 히트수를 증가시키는 어뷰징(abusing) 관리 시스템으로 동작하기도 했다. 자동화를 위해 기술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데 몰입했다면 한계는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자동화의 현실

웹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 대부분은 '자동화'라는 것이 '코드없는 프로그래밍'만큼 비현실적인 이야기임을 잘 알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오늘의 인기 글>의 경우도 결국 자동화의 한계에 부딪치고 말았다. 앞서 이것을 자동화시켜 달라는 경영진에게 반대 이유를 이야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내가 자동화에 반대한 이유는 세 가지 였다.

첫째, <오늘의 인기 글>은 웹 사이트 운영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요소이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매일 사람에 의해 '편집되는 것'이 맞다
둘째, 편집하는 행위를 통해 웹 사이트의 현재 상태를 정기적이며 타이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웹 사이트 운영 회의와 기획 회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웹 사이트에 어떤 글이 '인기 글'로 올라 올 지 추측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알 수 없다. 추측으로 자동화시킨 시스템은 사람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오늘의 인기 글>은 운영자에 의해 선정되고 편집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웹 사이트를 연 후 계속 사용되긴 했지만 실제로 그 웹 사이트가 살아 있는 동안 대부분의 <오늘의 인기 글>은 운영자에 의해 편집되었다. 웹 사이트의 많은 부분은 현재도 사람의 판단에 의해 편집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잘 만들어 둔 로직(logic)과 코드(code)에 의해 웹 사이트가 자동으로 구성되어 운영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웹 사이트는 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웹 사이트 자체가 로직이나 코드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는 아니다. 아직까지 인간이 입력한 콘텐츠를 인간답게 완벽히 이해하는 소프트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웹 사이트에 게시판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콘텐츠가 올라올 지 예측할 수 있을 뿐 반드시 그 결과가 예측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게시판의 이름을 '브라우저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하는 대신 "매킨토시에서 동작하는 오페라 브라우저에서 CSS를 구현하는 표준화에 대한 5년차 C++ 프로그래머의 라이브러리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라고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게시판을 만들어 보라. 누군가 그 게시판에 "오늘 점심 메뉴는 뭐가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그런 게시물을 다른 게시판으로 옮기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웹 사이트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관점을 조금 바꾼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게 웹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귀찮은 것', '반복되는 것',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닌 것'을 코드로 바꿔서 소프트웨어가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을 자동화라고 정의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을 바꾼다면 웹 사이트를 자동화할 수 있는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이 해야 할 '마땅한 일'을 자동화하려는 멍청한 시도보다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멍한 일'을 자동화하는 게 아름답다.
대학 병원 웹 사이트와 대학교 웹 사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 대부분 역사가 길다
2. 역사에 비해 웹 사이트의 수준은 후진적이다
3. 웹 사이트 잘 운영 안 해도 고객은 늘 있다


웹(WWW)의 역사는 이제 10년을 넘고 있다. 웹이 영향을 끼치는 분야는 10 년 전에 비하여 말할 수 없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업 부문에서 '웹'은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처음 고려되지 않고 있다. 웹이 없어도 사업을 잘 꾸릴 수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비유하자면 네이버에 키워드 광고를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기업이 현재는 훨씬 많다는 말이다. 반면 네이버 키워드 광고는 포기해도 간판을 달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적다. 웃기는 이야기일 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키워드 광고 시장보다 간판 시장의 규모가 더 크다. '간판 시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오프라인 광고 시장이라고 이해하기 바란다.

대학 병원은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고 때문에 일반 병의원의 경쟁 수준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신뢰가 대학 병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신흥 사립 대학이나 인구 비율이 낮거나 특성화되지 않은 대학은 예외가 되겠지만 여전히 국공립 대학은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을 벌 수 있다. 국립대학은 정부 지원금까지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있는 대학병원과 대학 웹 사이트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경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선진적인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웹'에 대한 투자와 비전이 또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분명히 있지만 일단 현실 자체를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후진적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개의 이런 조직들은 스스로 후진적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도 마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식의 망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해 봐라, 되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있는 사업자들이 대개 웹 사이트 또한 후진적인 것은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향후 닥쳐 올 변화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점점 커 질 수 있다. 현재는 '가능성'이지만 미래에는 '현실'이 될 지 모른다. 만약 자신의 조직이 대학병원이나 대학교와 유사한 특성이 있고 웹 사이트가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미래는 현재에 대해 고민하는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용자가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했을 때 웹 사이트는 에러 메시지를 돌려 준다. 대개의 에러 메시지는 아무런 고려 없이 프로그래머의 성향에 따라 만들어진다... 이 부분에 대해 8년 전에 기획자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있다. 기억 나는 것을 옮기면 이렇다.





"사용자가 잘못된 URL을 입력했을 때 어떤 메시지가 나타나야 할까요? Apache 서버에서 기본으로 나타나는 기술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웹 사이트는 이걸 그대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 즉, 404 error를 나타내는 메시지를 적절하게 만든다면 좀 더 친절한 웹 사이트가 되지 않을까요?"

내가 인덕이 없었던 것인지 이 이야기를 들은 기획자들은 다들 '바빠 죽겠는데 그런 메시지 고칠 시간은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지금도 웹 기획자들에게 404 error 메시지와 같은 디폴트 페이지를 사이트에 맞게 바꾸라고 요구하곤 한다. 그런 사소한 에러 메시지를 고려하지 못하는 웹 기획자라면 기획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획의 기본은 이런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다"

그 관심을 기술적인 영역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웹 기획자다. 아래 3개 사이트의 404 에러 메시지를 보라. 뭐 느끼는 게 있어야 비로소 웹 기획자의 기본 마인드는 가진 것이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 전업을 생각해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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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웹 사이트는 몇 년 전까지도 404 error 페이지에 대해 무심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 - 할 수 있는 한 모든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을 통해 현재 404 error 페이지는 기본 값을 쓰지 않고 사이트에 맞게 수정되었다. 물론 여전히 하위 페이지로 가면 아무런 대안 없이 기본 에러 페이지가 나오는 경우는 있다.

모든 곳에 대한 관심. 이것이 현재를 사는 웹 기획자들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태도나 자세가 아니라 왜 기술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웹 기획자들은 태도와 자세를 기술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훌륭하고 성실한 태도와 자세만 갖고 기획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보이는 무엇을 만들어내야 비로소 웹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6월 무료 컨설팅 안내

Posted 2008/06/12 04:03
6월 트레이스존 무료 컨설팅(Open consulting)을 안내 드립니다. 언제나 기대하듯 이번에도 좋은 만남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달에는 다른 업무 일정이 많아서 오픈 컨설팅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컨설팅은 웹 사이트를 갖고 있거나 웹 서비스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는 모든 사람이 대상입니다. 신청 날짜가 제한적이니 신청하신 분은 가급적 날짜를 조정하지 않기 바랍니다. 해당 날짜에 저 대신 다른 컨설턴트가 컨설팅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조건
1. 장소 : 서울 종로구 동숭동 (주)트레이스존 사무실 혹은 서울 시내 특정 장소
2. 시간 : 공휴일과 휴일을 제외한 특정 시간대의 2시간 내외
3. 비밀유지 : 컨설팅의 내용은 쌍방의 비밀유지를 기본으로 합니다.
4. 컨설팅 가능 일자 : 구글 캘린더에 신청 가능한 일자를 참조하십시오
(Open이라고 되어 있는 날짜는 신청 가능한 날짜입니다. Closed라고 되어 있는 날짜는 이미 신청된 날짜입니다)
http://www.google.com/calendar/embed?
src=76f3c19cf25ikeqipvnru3b3h4%40group.
calendar.google.com&ctz=Asia/Seoul
일정이 자주 변경되므로 캘린더의 일정을 확인하신 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컨설팅 가능 주제
- 포털, 커뮤니티, 검색, 블로그, 미디어 관련 웹 서비스 일반에 대한 문의
- 웹 2.0 관련 서비스 아이디어 평가 및 서비스 평가
- 신규 비즈니스를 위한 웹 서비스 제작 방안
- 기존 제작 웹 서비스에 대한 평가


* 컨설팅 예약
- 컨설팅 예약은 선착순으로 이뤄집니다.
- 컨설팅 예약은 bluemoonkr@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십시오.
- 문의사항이 있는 분은 이메일이나 0502-302-2202로 연락하십시오.
- 메일의 내용에 아래 사항을 포함하십시오

   -- 직접 연락이 가능한 연락처(휴대전화번호)를 알려 주십시오
   -- 컨설팅 받고자 하는 주제를 알려 주세요
   -- 현재 근무지 혹은 회사를 알려 주세요 (학생이나 무직인 경우 비워 두십시오)
   -- 참석할 인원을 알려 주십시오 (최대 3명 이내로 제한할 것을 요청합니다)
   -- 방문할 날짜를 알려 주십시오 (선착순이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컨설팅할 내용에 대한 기획서가 있으면 미리 보내 주십시오


* 준비물
- 메모지
- 정리된 이야기
- 적절한 질문


아주 드물지만 예약을 하신 후 아무런 연락없이 찾아 오시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안함에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꼭 연락을 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웹 2.0과 지도 서비스

Posted 2008/05/20 17:18
웹 2.0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위치와 정보'를 다루는 지도 서비스다. 대표적인 예제가 구글어스나 구글 맵스 같은 것이다. 내가 이런 주제에 대해 고민할 때 참조하는 블로그가 한 군데 있다.






<웹 2.0과 인터넷 지도>


이 블로그는 제목 그대로 웹 2.0에 대한 관심을 지도 서비스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본다면 - 제목 리스트를 보거나 - 웹 2.0과 관련한 지도 서비스의 몇 가지 이슈를 이해할 수 있다.

지도 서비스는 연구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지만 깊이 파고 들기엔 일반인의 접근성이 낮고 때문에 이런 주제의 블로그를 계속 유지하려면 업무상 관련성이 있거나 깊은 개인적 비전이 연관되지 않으면 힘들다. 발견하기 힘든 종류의 블로그니 북마크 해 두는 것이 좋다.


내가 웹 2.0 서비스를 기획할 때 지도 관련 정보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첫번째는 익숙한 비주얼이고 두번째는 개별화된 경험의 통합 인지이며 세번째는 검색 가능성이다. 이 세가지 요소가 기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때 지도 서비스의 도입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지도 서비스를 새로운 웹 2.0 서비스에 도입하려면 걸리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가장 흔한 문제는 특별한 콘텐츠에 대한 착각이다. 많은 고객사나 서비스 개발사가 자신들이 '특별한 콘텐츠'를 '아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지도 위에 그 콘텐츠 혹은 데이터를 펼쳐 놓으면 정말 별 것 아닌 정보가 되어 버린다.


리크루팅 서비스의 예

지도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지리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런 지도 위에 뭔가 특별한 정보를 얹는 것이 필요한데, 문제는 지도라는 광대한 프레임을 제대로 덮을 수 있는 정보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리크루팅 기업이 지도라는 비주얼을 통해 각 지역에 업데이트되는 구인 정보를 구현하려고 했다. 이 기업은 하루에 수 천 건의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기 때문에 충분히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지도에 구인 정보를 매핑해 보니 아뿔싸, 서울 경기 지역에만 붉은 점(구인이 필요한 곳)이 가득 모여있고 다른 지역은 텅텅 비어 버리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 지역에 붉은 점의 80%가, 경기 지역에 10%가 그리고 나머지 10% 또한 경상남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붉은 점은 정확히 그 리크루팅 업체의 고객 분포와 일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 서비스를 도입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세 가지 솔루션을 제안했다. 하나는 지도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이 지도 서비스를 계속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선택 중 하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서울 지역 지도 서비스만 여는 것이었다. 대신 서울 지역에 대한 지도 서비스는 구직자의 집과 구인 회사의 위치를 파악하여 이동 거리(도보, 대중교통, 자전거, 자동차)가 나타나게 하여 서비스 특성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구직자가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 중 상위 요건이 "출퇴근 거리"였다. 끝으로 사용자가 참여하여 지도의 나머지 부분에 구인 구직 정보를 매핑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구인사는 서울, 경기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구직자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었다. 구직자의 데이터는 임의로 매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 참여 형태의 서비스를 제안했다.


지도 서비스 도입 시 고려할 것

지도 서비스를 자신의 웹 사이트에 도입하려면 여러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에서 고객사는 자신의 비즈니스가 전국적이니 '전국적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만 했다. 아마 그런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고가로 지도 서비스를 사와 붙인 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지도 서비스를 잘 이해하려면 정보 공학적 관점과 사용성에 대한 검토 그리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웹 2.0 서비스를 구현할 때 지도 서비스를 고려하는 것은 "지리 정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지도라는 프레임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이야기가 너무 상식적이라고, 그래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저 껍데기만 바라보고 판단하면 <11번가>의 지도 서비스같은 것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지도 서비스를 함부로 도입하면 어떤 결과나 나올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웹 사이트의 정체성(identity)

Posted 2008/04/28 10:36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격언인 "네 자신을 알라"를 기억하실 겁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함을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직접 저술한 책이 없는 관계로 그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네 자신을 알라"는 표현을 스스로 겸손함을 가지라는 말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고찰"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때 훨씬 유용합니다.


문제 자체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

트레이스존은 몇 년 동안 무료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낯선 분들이 우리에게 회사나 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며 문제에 대해 토로할 때 우리가 응대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리는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 문제는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나요?"

이 질문은 소크라테스가 했던 질문의 방식 중 산파법과 비슷합니다. 우리에게 문제에 대해 토로하는 분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문제 자체에 대해 자주 질문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일단 그 문제가 올바른 것인지 분명히 판단해야 합니다. 즉, 문제에 대한 대답은 그 문제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장님 신드롬

문제의 정체성이 올바르다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전 우리를 찾아왔던 한 젊은 기업인은 새로운 웹 사이트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우리 웹 사이트의 기술력이나 참신성은 우수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위한 비용이 부족하고 경험도 일천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합니다."


그가 만든 웹 사이트를 유심히 검토한 후 우리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그 질문 자체에 대해 의심해 본 적 없습니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 웹 사이트의 기술력이나 참신성이 우수하지 않다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의 대안은 쓸모없을텐데, 그런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황당하다는 듯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저는 해당 웹 사이트와 같은 기술은 이미 구현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쓰면 동일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참신성 부분에서 '너무나 참신하여 도대체 뭘 어떻게 쓰라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픈 컨설팅이 끝난 후 그는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갔고 제 기분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공들여 만든 웹 서비스에 대해 자긍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것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기 마련입니다. 그로인해 주변의 조언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흘려 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장님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이 신드롬에 빠져 버리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신만을 위한 웹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혁신하는 웹 사이트는 정체성이 없습니다. 왜냐면 항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누군가 "이 웹 사이트는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그 정체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혁신으로 이어지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항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하려면 어제의 '나'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한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발견하려면 오늘의 '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하나의 웹 사이트에 대한 고민이고 또한 나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우공이산"과 비전의 공유

Posted 2008/04/27 04:53
우공이산의 이야기는 잘 아실 겁니다. 이 이야기는 하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오랜 세월이 걸려도 이루고자 만다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좀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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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북산에 사는 우공이라는 90살된 노인이 산을 옮겨 남과 북의 길을 뚫고자하면서 시작합니다. 친구인 지수가 평생을 해도 못할 일을 아흔살이나 된 우공이 하려고 하니 만류를 하는데 그 때 우공은 '내가 못하면 내 자손이 계속 할테니 산은 더 늘어나는 일이 없으니 결국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공의 이런 원대한 이야기에 지수는 할 말을 잃는데, 이 이야기를 엿들은 산신령이 천황상제(옥황상제)에게 인간의 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의 살 터전이 없어질까 두려워 만류를 요청합니다. 옥황상제는 정성에 감동하여 남과 북을 가로 막고 있던 두 산을 각각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합니다.

원문은 앞 뒤가 좀 긴데 핵심적인 부분만 옮기면 이렇습니다,

北山愚公長息曰:"汝心之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 雖我之死,有子存焉;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

우공이산의 고사성어는 꽤 많은 경우에 인용됩니다. 가장 흔히 인용되는 경우는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의지를 굽히지 않고 하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과 신념에 대해 흔히 인용됩니다. 그런데, 이 고사성어는 단지 이렇게 이해되는 것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우공은 자신의 의지를 가족들에게 밝혔을 때 가족 중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할수 있는 아내가 그의 뜻에 반대하며 "도대체 그 산에서 판 흙은 어디에 갖다 버릴 것인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우공은 "발해에 버릴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주변의 반대를 극복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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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의 또 다른 교훈은 '주변의 반대'입니다.

<열자>가 기원전 5세기 경이니 벌써 2천 4백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 때도 우공처럼 뭔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겐 '주변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반대한 것은 가족이었고 그 중 아내였습니다. 기록으로는 아내의 반대만 나와 있지만 사실 고령의 노인이 산을 옮기자니 그 가족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우공은 아내에게 말했듯 발해에 흙을 버리고 오는데 왕복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친구인지 동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지수'라는 사람이 그 무모함에 헛웃음을 지으며 반대를 합니다. '지수'만 그러했겠습니까? 아마 동네 방네 소문이 다 났을 겁니다. 죽을 날이 훨씬 지난 노인이 망령이 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대손손 이 일을 하면 산을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만약 우공이 주변의 반대에 대해 자신 혼자 무엇을 할 것이라 말했다면 비웃음을 크게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공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가족을 설득했고 가족들도 대를 이어 산을 옮길 것이라 말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할 말이 없었을 것입니다. 가만 생각해 봤을 때 만약 우공의 자손이 끊임없이 산을 옮기는 일을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들은 자신이 산을 옮길 수 있나 없나를 고민했을 지 몰라도 대를 이어 수 십년 아니 수 백년이 걸려도 산을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비전의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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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의 핵심은 인간의 노력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 고사성어의 핵심은 "비전(vision)"입니다.

우공은 사방 700리에 달하는 두 개의 산 때문에 소통이 막혀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연이 만든 두 개의 산 때문에 불편하기 이럴데 없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고민을 한 후 결심을 했을 겁니다. 비록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달성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에 대해 이해했을 것이고,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을 겁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저 두 개의 산'이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이 지점에서 우공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 입니다. 그는 남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90살이 되도록 살았던 그는 많은 자손이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중대 병력은 되었을 지 모릅니다. 그 정도면 대를 이어 할 수 있는 과업 즉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가족들을 모아놓고 설득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2천 년 전이고 가부장적 지배 구조가 강력했던 시절이라도 우공이 이런 황당무개한 비전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가족들 중 일부는 '몇 년만 참으면 노인이 돌아가시겠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 사업에 동참했고 결국 옥황상제가 산을 옮겨 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 사태는 현실이 아닙니다 :-)


우공이산의 함의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는 리더와 리더십, 그리고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 회사의 리더가 "100년의 비전"을 제시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분명 큰 비전이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시겠습니까? 큰 비전은 항상 현실적으로 볼 때 '비현실적'입니다. 우공은 가족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궁금해집니다. 또한 우공은 주변의 비난과 비웃음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공의 행동에 긴장한 산신령의 행동과 그것을 듣고 두 산을 옮겨 버린 옥황상제의 마음도 궁금합니다.

잘 생각해 보면 이 사자성어는 정치와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한 지역의 문제를 풀고자하는 한 개인이 "내 평생 이 일을 할 것이며 수 많은 사람이 대를 이어 이 일을 이루고 말 것이다"라고 했을 때 지자체 의원이나 공무원들의 변화가 생각납니다. 한 블로그에 대해 제가 썼던 "불독 저널리즘"은 이 이야기에 대한 좋은 예제입니다. 최병성 목사님의 2년 가까이 시멘트 문제에 대해 노력과 인생의 투자는 결국 이 사회가 그 결과를 받아 들이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사업적인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다들 유료화니 사업성이니 떠들고 있을 때 "이 사업은 세상을 위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가 그런 경우였고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오픈 소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오픈 소스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공이산은 참 많은 교훈을 주는 사자성어입니다. 깊은 의미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있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은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 말입니다. 우공이 바로 여러분이라면 산 대신 인생이 있을 수 있고 산 대신 정치가 있을 수 있고 산 대신 사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산' 대신 바뀌는 단어가 무엇이든 우공이 되어 세상을 사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영원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영원한 것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프로그래머의 연봉

Posted 2008/04/15 06:36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썬도그님이 재미있는 포스팅을 했다. 구글직원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라는 글이다.









썬도그님의 글 제목은 수정이 필요한데 "구글 프로그래머는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라고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제목을 좀 더 수정하자면 "구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는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의 포스트를 보면 구글 프로그래머들은 '확실히' 많은 연봉을 받는다. 이 포스트의 댓글을 보면 미국 급여 소득자들은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세금을 낸다는 말도 있지만 그걸 고려해도 구글 프로그래머들은 굉장히 많은 급여를 받는다. 급여 외 수당이나 스톡 옵션, 복리 혜택을 고려한다면 '말도 못하게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구글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한국에서 프로그래머가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은? 정답은 "참담한 수준"이다. 굉장히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실무를 하는 프로그래머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급여는 사장 급여 이하다. 사장이 5천만원 연봉인데 프로그래머가 1억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프로그래머라면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이런 공식은 통한다.

한국이 엿 같다고? 맞다, 내가 봐도 엿 같다.

내가 웹 서비스 기획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고 그 제안이 통과하여 실제로 만들어야 할 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없다면 외주를 줘야하는데 비용이 문제다. 나는 한 달에 1억원을 줬을 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데 그런 사람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고객은 1억원이 아니라 1천만원 정도를 주고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1억원을 줘야 하는 사람을 1천만원에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고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묻는다,

"우리 회사에도 프로그래머가 있는데요?"

한 달에 1억원을 주고 산출물이 나오는 프로그래머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한 달에 1백만원 주고 채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도 존재한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그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어쩌면 바로 이 상식을 받아 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은 프로그래머 특히 평생동안 프로그래밍을 하려는 뛰어난 프로그래머에게 매우 엿 같은 나라일지 모른다. 공부를 해도, 뛰어난 역량이 있어도,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온 몸을 바쳐도 여전히 연봉은 "사장 기준"인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문제 제기는 이 업계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 지루한 느낌까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해결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 IT 기업의 문제나 프로그래머의 처우 개선이라는 주제로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 문제의 핵심은 투입되는 비용 대비 산출물의 질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자본주의 논리와 관련 있다. 천만원 투입하고 1억의 가치를 요구하는 사기꾼 기질을 좀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 IT 산업의 질을 높이려면 투입 비용을 후려치며 수익을 추구하려는 바보같은 작태부터 버려야 한다. 100억원 짜리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에 10억을 투자할 생각은 해야 한다. 그럴 돈이 없으면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든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능력이 없으면 투자할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둘 다 없고 아이디어만 있다면, 글쎄... 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기치기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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