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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3/24 최고의 제안서를 쓰는 방법 (9)

실패하지 않는 제안의 법칙

Posted 2008/04/03 03:41
우리는 늘 어떤 제안(proposal)을 하며 산다. 회사 대표이사로서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설명한 제안서를 자주 쓰지만 어떤 경우엔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실패하지 않는 제안의 법칙'은 찾을 수 있었다.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에 대한 훌륭한 예제가 하나 있다. 바로 영화 <대부>에서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랜도)가 영화 초반에 내뱉은 이야기다. 딸의 결혼식에서 초대 가수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영화 캐스팅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하며 대부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 변호사에게 감독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그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가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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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만나 처음엔 말로 설득과 제안을 했으나 감독이 불같이 화를 내며 거부하자 결국 감독이 가장 아끼는 말 대가리를 잘라 침대에 넣어 버리는 엽기적 제안을 하긴 했지만 이 한 마디가 갖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성공하는 제안의 핵심은 제안의 내용이 아니라 제안을 무조건 관철시키는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성공적 제안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 우리들 대부분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중 하나는 이성적인 제안보다 폭력적인 제안이 훨씬 잘 먹힌다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검토와 비교보다 인맥과 학연 지연에 의존한 선택이 성공할 경우도 매우 많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제안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미래를 보장하겠다며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덕분에 무능력한 사람이나 회사의 제안이 선택되고,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제안이 선택되어 많은 자원을 소모한 끝에 일이 엉망으로 끝나고, 끼리끼리 나눠 먹기 위한 제안이 통과되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성사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좋은 기술과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제안이 선택된다. 입에 발린 말이지만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꽤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제안보다 어떤 식으로든 '성공하는 제안'을 원한다. 그러나 이런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은 마피아 영화에서 나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결과 지향적이며 무조건 성공하는 어떤 제안이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이라면 세상은 개판 오분 전으로 돌아가고 있을것이다.(이미 그렇다고 믿는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게 어떨까? 이 글의 목적은 세상의 긍정적 면을 찾는데 있다)


제안은 결과 지향적이지 않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제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 일단 회사 내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사에게 제안하는 경우로 이야기해 보자. 제안이 만약 결과 지향적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제안을 상사에게 관철시키고 상사가 그 위의 상사에게 결국 의사 결정권자(대개는 사장) 또한 제안을 승인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결과 지향적 접근은 그 일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패하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왜냐면 그런 식의 제안은 제안자 자신의 이익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협업과 협력, 창조적 다수의 참여를 근본적으로 막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회사에서 신규 사업 팀장으로 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사업화하자는 제안을 자주 했다. 많은 준비를 하여 상사나 사장에게 설명했고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내 제안은 나름대로 효과적이었는지 신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꽤 많은 사업이 제안 승인 후 진행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안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의견 제시가 없었던 다른 부서의 담당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진행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매우 불쾌하고 우울했고 심지어 분노하기도 했다. 제안 단계에서 아무런 말도 없더니 정작 일이 진행되려고 하자 담합이라도 한 듯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니 도대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완벽히 잘못되었다. 내가 잘못 제안한 것이고 그런 제안에 반대한 사람들이 옳았다.

결과 지향적인 제안은 언제나 '완결형 제안'이라는 결과물을 내 놓는다. 누구나 내 제안을 받아 들이길 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한 제안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확산된다. 그 확산의 결과는 제안 후 실패다. 비록 제안 자체를 승인 받는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제안을 집행하고 실천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과론적 제안은 제안자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조직원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실패하지 않는 제안

십여년 가까운 회사 생활 동안 수 많은 제안을 했고 그 제안 중 많은 것을 승인 받았다. 그러나 승인된 제안 중 성공적으로 사업화에 성공한 것은 한 둘이 되지 않는다.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결과론적 제안 때문이었다. 또한 나는 오랫동안 실패의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떠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한 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성공하는 제안의 법칙을 고민하는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항상 내가 제안하는 것이 성공하길 바랬고 그걸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 노력이라는 것은 "이기적인 자기 노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인정하기 싫었고 오랫동안 고집을 부렸지만 그걸 인정하니 내 제안이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제안의 승인은 성공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출발점을 지정한 것일 뿐이다. 제안의 성공은 그 제안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현실에 구현되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는 제안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꿨다,

"제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제안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표현이 얼마나 받아 들이기 힘든 일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제안이 단지 과정일 뿐이라는 말은 제안에 대한 진정성과 노력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면 과정이니까 실패할 수 있는 제안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안은 그것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코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 제안을 관철하고 성공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과정이니까 실패해도 그만이라는 관점을 갖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제안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제안 자체를 과정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협업과 협력 그리고 창조적 제안을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을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는 제안을 스스로 받아 들이기 위해 나는 몇 가지 제안의 법칙을 만들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1. 제안을 위해 3가지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 스폰서, 파트너, 친구다. 스폰서는 우리의 제안을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도와줄 상급자다. 파트너는 제안에 동의하고 함께 일을 할 사람이다. 친구는 나와 제안의 이유를 이해하고 끝없는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2. 제안은 어떤 일을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제안의 처음부터 그 일에 참여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한 제안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할 사람들의 의지와 경험을 제안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함께 일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제안서는 매우 찾기 힘들다. 오직 자신의 목적만 이야기하는 제안서는 매우 흔하다.

3. 제안 자체가 조직을 변화시킨다. 실패하지 않는 제안은 제안 자체가 사람들을 변화시키거나 제안으로 인해 고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제안하지 않는 조직, 제안해봐야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들의 제안은 어떠한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 왜냐면 제안이 승인 받아야 비로소 변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제안은 비록 그 제안을 조직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그런 제안은 "우리의 목소리"를 쏟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처음 만나는 어떤 회사를 위해 제안서를 쓴다. 매번 제안서는 새롭고 계약이 되든 말든 우리의 아이디어를 가능하면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내가 제안을 관철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결코 우리의 본심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성공하는 제안보다 실패하지 않는 제안을 하길 원한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제안의 법칙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제안서를 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스스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의 일환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제안서를 쓰지 않는다.

제안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제안을 하는 일은 매우 즐겁다. 제안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고 내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 조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 노력은 제안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간단한 노력으로 가능하다. 쫓기듯 쓰는 제안서에 대한 부담도 버릴 수 있다.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 없어?"라고 닥달하는 상사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제안을 통해 내가 변화하고 주변의 사람들도 함께 변화할 수 있다면 또한 그렇게 제안을 할 수 있다면 제안 자체가 매우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라. 제안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변화를 위한 제안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제안은 내 인생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문제를 함께 풀어내는 과정이다. 아름다운 과정이 있다면 그 제안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 많은 회사에서 제안은 마케터가 한다. 그런데 마케터에게 '실패하지 않는 제안'을 요구하는 건 매우 힘들다. 성실하게 제안을 했는데 6개월 간 응답이 없다면? 생계와 그럴싸한 '실패하지 않는 제안'이 공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일단 이 이야기는 회사 내부 제안에 국한해야 한다고 본다. 나처럼 회사의 경영자라면 굶어 죽을 각오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실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실천하기 매우 힘들 수 있다. 비록 그런 이유로 내 제안 - 이 글도 물론 제안이다 - 을 실천하지 못해도 항상 이것만 생각했으면 한다. 내게 성실할 때 비로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성실할 수 있다, 일상적인 도전을 멈추면 우리의 사회적 삶 또한 바로 그 순간 끝난다.

최고의 제안서를 쓰는 방법

Posted 2008/03/24 10:22

제안서(proposal)를 작성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일곱가지 핵심적인 이야기.









 

첫째, 이 제안서가 무엇에 대한 것이며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 지 이야기할 것
둘째, 현황을 이야기할 것 (as-is)
셋째,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 (to-be)
넷째, '현재의 다양한 문제'를 핵심적인 몇 가지 과제로 정리할 것
다섯째, 그 핵심적 과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것
여섯째, 그 과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안할 것
일곱째, 대략의 일정과 소요 예산을 알려 줄 것

이 일곱 가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면 어떤 제안서든 빠르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빠르다는 말은 제안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효과적이라는 말은 제안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또한 즉각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어떤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것에 얼마나 깊은 노력을 해야 할 지 즉각 판단하고 싶다면 위 일곱가지 이야기 외에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 보면 된다.

1. 우리가 그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
2.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제안서를 쓴다는 것은 누군가 어떤 문제에 대해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여러분이 그것에 대해 대답한다는 의미다. 쉽게 생각하면 질문을 받았고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것이 제안서다. 물론 그 답이 틀렸을 수도 있고 매우 훌륭할 수도 있다. 제안서가 질문한 사람(고객)의 궁금증을 잘 풀어 내고 있다면 훌륭한 것이고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나쁜 것이다. 때문에 제안서는 "우리가 당신의 질문을 이렇게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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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제안서를 쓸 때 "우리가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만 계속 한다. 그런데 실제로 제안서를 쓴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보면 도대체 문제를 자기 멋대로 이해한 경우가 흔하다. 이런 제안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을 파는 게 목적이다. 어떤 제안서는 100여 페이지 중 시장이나 환경 분석 그리고 자사의 솔루션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것은 제안서가 아니라 회사 소개서에 어울린다.

사람들은 대개 남의 이야기를 잘 듣기를 바라지만 듣는 요령을 익히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골몰한다. 대부분의 대답은 질문 속에 이미 있는데 질문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좋은 대답'을 주는데 몰입하여 결국 질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대답을 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서는 문제를 듣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여러분 자신이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질문을 잘 이해했다면 이제 창조적 대안 제시가 남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대안은 훌륭하고 어떤 대안은 허술할 수 있다. 그건 제안하는 사람이나 회사의 능력 차이일 뿐, 제안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제안을 자주 함으로써 더 훌륭한 제안을 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제안'을 하면 안된다. 일곱가지 과정을 통해 제안서를 쓰고 그 제안서를 쓰는 중 두 가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만든 제안서는 내용의 수준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제안서 자체는 잘 작성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회사 내부에서 상사에게 어떤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제안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회사나 개인에게 무언가를 제안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곱가지 과정과 두 가지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