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이미지투플레이(image2play, i2p)를 개발한 (주)엔써즈 인터뷰를 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기사를 쓰지 못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그 와중에 image2play는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 30일 베타 테스트를 끝내고 정식 버전이 공개되며 image2play에서 <이미디오>(Imideo, 이미지+비디오)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서울역 근처에 있는 본사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 대표이사인 김길연님과 기술이사인 이재형님이 <이미디오>와 엔써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엔써즈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는 뉴스를 검색해 보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기존 기사에서 이미 다뤘던 이야기도 있고 <이미디오>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가졌던 궁금함을 질문한 것도 있습니다. 뻔한 질문에도 성실하게 응해 주신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길연 CEO                    이재형 CTO



■ 이미디오의 기술 이슈


대부분의  <이미디오>를 경험한 사용자들이 그렇듯 저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서비스의 구현 원리였습니다. 엔써즈는 이미 멀티미디어 검색 관련 특허를 획득하고 있는데 이 특허 중 <이미디오>를 구현하고 있는 주요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디오>는 화면에 나타난 특정 이미지와 일치하는 동영상 이미지를 빠르게 찾아 '이것이다'라는 확신이 드는 동영상을 제공합니다. 제작자들이 말하듯 그 작업을 빠르게 하기 위해 새로운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갖는 특성의 포인트(point)를 잡고 주변 정보를 참고 포인트로 잡아 리스트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것을 어떤 수학적 공식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 기술인데 제작자들이 쉽게 밝힐 수 없는 부분이고 특허에 포함된 것이라 더 깊이 물어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림. 엔써즈 CEO 김길연님)


1.  <이미디오>라는 서비스 아이디어는 누가 먼저 생각한 것인가?

A.  서비스 제작 아이디어는 대표이사가 제안한 것이 맞지만 개발은 개발이사(CTO)가 주도적으로 했다. 서비스 아이디어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대화하는 중에 나온 것이다. 저작권 관리와 관련한 대화를 하다 "동영상이 아니라 이미지도 관리 가능한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작권 관리를 위해 이미지까지 찾아서 삭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동영상 홍보 수단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저작권자들도 이에 동의해서 자연스럽게  <이미디오>와 같은 서비스가 나온 것이다. 


2.  <이미디오>의 기반 기술에 대한 궁금함이 많다. 어떤 원리로 하나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동영상을 찾는 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나의 동영상 결과물을 보여주는 지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A.  <이미디오>의 기반 기술은 이미지끼리 매칭하는 것이다. 수집된 동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저장하고 웹에서 검색된 이미지 중 동영상과 일치하는 이미지를 찾아 동영상을 보여 준다. 여기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용량 이미지 검색이다. 저작권자의 채널을 통해 수집한 동영상을 프레임 단위의 이미지로 저장해야 하는데 이 숫자는 단순히 한 개 채널만 계산할 경우도 굉장히 많다.

만약 초당 30 프레임의 동영상이라면 채널 하나에서 제공하는 동영상만 이미지로 전환해도 매일 2,592,000개의 이미지를 저장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런 채널이 몇 십 개가 되면 동영상을 이미지로 변환하여 분석해야 할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미디오>가 설치된 브라우저에서 발견된 이미지를 서버의 이미지와 비교해야 하는데 때문에 계속 증가하는 서버 측 이미지와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여 결과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즉 검색 속도와 정확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지 분석 기능의 설계를 잘해야 하고, 빠르게 검색하려면 분산 처리 기술이 중요하다. 현재 매칭 서버는 몇 십대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숫자가 수 백대로 확대되어도 빨리 검색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이미지 검색 엔진에서 했던 것처럼 비디오와 비디오를 비교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비디오는 10초만 해도 300 프레임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디오는 변화도를 읽는 방법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동일 결과를 찾는 게 쉬운 편이다. 그러나 한장의 이미지 즉 하나의 프레임과 일치하는 동영상을 찾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했다.

<이미디오>를 개발할 때 처음엔 만화의 한 컷만 블로그에 올린 후 확대, 축소해서 동영상을 잡아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동영상을 찾기 위해 처음엔 상대적으로 간단한 이미지를 사용했고 점차 복잡한 이미지를 사용해 정확성을 높였다. 새로운 버전에서 이런 기능이 보다 정교화되어 하나의 덩어리 이미지에 여러 종류의 이미지가 섞여 있더라도 각각 이미지 특성을 추출하여 여러 개의 동영상을 찾아내는 기술을 구현했다.



(그림. 엔써즈 기술 http://www.enswersinc.com/technology/)


3. 하나의 이미지에서 프레임으로 구성된 동영상을 매칭하려면 현재 이미지의 특징을 빠르게 분석하여 기존 동영상 프레임 이미지와 비교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이 필요할텐데 어떤 원리가 적용되는 것인가? 


A.  검색할 대상 이미지에서 특징이 될만한 부분을 찾고 그 주변에서 특징이 될만한 메타 정보를 뽑아서 리스트를 만든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검색 요청(query)이 들어오면 해당 이미지의 특징이 될만한 부분을 빠르게 추출하고 기존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하여 적절한 동영상을 찾아 사용자에게 보여 준다. 검색 대상이 되는 이미지의 특징을 추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특히 이미지에서 변화가 많은 부분을 찾아서 그 부분을 특징 포인트로 리스트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에서 굴곡이 있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의 특징화하는 것이다.  


4. 툴바나 애플리케이션 형태 대신 브라우저 플러그인으로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비스 완성도 측면에서 큰 기대없이 가볍게 개발했다는 느낌이 있다.


A.  개발 당시 회사 내부에서 그런 지적이 있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가볍고 빠른 형식을 지향했다.  <이미디오>의 원형은 브라우저 플러그인도 아니고 해당 이미지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고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플레이 메뉴가 나오는 것이었다. 구글 애드센스처럼 서버 사이드 스크립트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심플한 것이 가장 낫다는 생각에 브라우저 플러그인 형태로 개발했다. 

지금 고민 중 하나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과 내부적으로 이미 구현되어 있는 "인기 콘텐츠 통계"를 응용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이미디오>를 사용하여 플레이한 동영상의 북마킹 기능도 고민하고 있다.  <이미디오> 사용자들이 보내오는 피드백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 이런 것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지 고민하고 있다.


(그림. 동영상 검색 서비스 엔써미)


5. 2006년 동영상 검색 서비스인 엔써미를 발표했다. 당시 국내 포털들도 비슷한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다. 큰 자본력을 가진 업체들이 개발에 들어간 동영상 서비스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포털들과 경쟁도 할 수 있고 협력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기술은 개발해두면 가치가 있고 어딘가에 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엔써미를 서비스 할 때 텍스트 검색을 하니 그 자체로 생존하기 힘들었다. 텍스트 검색으로 동영상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포털의 통합 검색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검색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이미디오>를 개발했다. 

현재  <이미디오>는 "얻어 걸리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동영상 검색처럼 텍스트로 어떤 결과를 찾는 방식이 아니라 브라우징을 하며 나오는 이미지에서 바로 동영상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미디오>를 개발할 때 여러가지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브라우저 플러그인도 있지만 스크립트 형태로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크립트 방식으로 서버 사이드에서 구현되면 사용자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영상 검색 서비스와 같이 별도의 사이트로 트래픽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디오>처럼 서비스 자체에 트래픽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서비스의 한계에 대한 고민에서  <이미디오>가 나온 것이다. 



6.  <이미디오>의 현재 사용자는 어느 정도인가?


A.  오픈 베타 이후 20만 명 가량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설치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매일  <이미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7. <이미디오> 플러그인을 설치한 후 웹 페이지를 이동할 때 미미하게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용자도 있다. 어떤 이유인가?

A.  <이미디오>를 개발한 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최적화 부분이다. 현재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차차 컴퓨터가 좋아지면서 무시할 정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페이지 이동 시 나타나는 지연 현상에 대한 불만은 그리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테스트하면 0.1~0.2 초 정도 웹 페이지 로딩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이미디오>는 조그만 자바 스크립트 코드다. 때문에 브라우징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작년 3/4 분기 처음 개발한 후 약 3개월 가량 플러그인 최적화에 몰입했다. 현재 대부분의 웹 사이트에서 자바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있고 많은 사용자들이 툴바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과 비교하면  <이미디오>의 스크립트는 사용자가 불편할 정도의 페이지 지연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8.  <이미디오>를 모바일에서 경험해 보길 원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A.  모바일용  <이미디오>는 개발 계획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디오>의 플러그인을 분석하여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비공식적으로 만든 사용자가 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용자라고 알고 있다. 모바일 버전의  <이미디오> 개발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브라우저는 플러그인이 안되므로  <이미디오> 기능이 포함된 브라우저를 만들거나 검색 앱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향후 개발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현재 PC의 유저 경험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모바일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약간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모바일에서 이미지를 검색하여 동영상을 보여주는  <이미디오>의 구현은 기술적 이슈 보다 저작권 이슈가 더 크다. 동영상 저작권자들에게 PC 기반에서 검색된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때문에  <이미디오>를 통해 일단 PC 기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렇게 확보한 신뢰를 통해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미디오와 저작권


많은 사용자들이 생각하듯 저도 처음에는 <이미디오>에서 검색하여 보여주는 동영상이 웹의 전체 동영상이 대상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미디오>는 방송사 및 동영상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고 공급 받은 동영상에 대해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작권에 따로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이미지에 대한 동영상 검색이 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9.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 비용을 어떻게 지불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용자가 많다.


A.  저작권 관련은 동영상 저작권을 가진 방송사 등 콘텐츠 업체와수익 공유(revenue share)를 하는 형태로 계약을 하고 진행 중이다. 서비스 구축과 운영에 대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대신 동영상 에 대한 저작권 비용은 수익이 발생했을 때 저작권자와 분배하는 모델이다. 동영상 플레이 시간이 3분인 것은 기존 방송사가 제공하는 동영상 클립이 대개 3~5분 분량이라 그에 따른 것이다. 향후 사용자가 해당 동영상을 구매하려는 경우 사용자와 저작권자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계속 협의 중이다.



10. 동영상 저작권자와 그런 실험적 관계라면 저작권자(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이미디오> 사용자들의 동영상 구매 의사나 향후 구매 패턴에 대한 궁금함이 있을 듯 하다.


A.  물론 그런 궁금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미디오>는 사업 파트너들이 원하는 바와 우리가 개발하는  <이미디오>와 같은 서비스의 사업 구현을 단계별로 접근하고 있다. 1단계는 우선 광고에 대한 검증이다. 동영상 광고의 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지만 향후 동영상 광고에서 유의미한 트래픽이 나오면 동영상 저작권자들은 광고 단가를 올리면 되기 때문에 현재 그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동영상 콘텐츠 구매는 다음 단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진행하기 힘들고 저작권자들과 협의를 하며 진행을 해야 한다. 해외 동영상 서비스도 처음에 광고가 낮았으나 현재 메이저 신문사 사이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광고 단가가 높아진 경우도 있다. 아직 저작권자들의 확신이 더 필요한 시점이지만 동영상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광고 단가나 수익 분배도 점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11. 잠깐 쉬어가는 질문, 가끔 사용자들이 왜 19금 동영상을  지원하지 않는 지 묻곤 한다.

A.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현재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다. 성인물 필터링은 원본 동영상 데이터베이스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성인 영상물을 필터링을 한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사용자 중 농담으로 "19금 동영상의 플레이가 허용되면 일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것 같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다. 내 생각도 비슷하긴 하다.




■ 이미디오의 비즈니스 모델


전년도 매출을 질문했습니다.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이어지는 질문, 즉 (주)엔써즈가 어떤 방식으로 현재까지 회사를 유지해 왔는지 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최초 음성 검색 서비스를 기반 기술로 시작했다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을 텍스트로 검색하여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해당 동영상 저작권자에게 불법 동영상 제공처를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엔써즈가 이런 그들의 의도와 달리 이런 저작권자의 요구에 의해 수익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2. 전년도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A.  40억 원 정도다. 



13. 방송사들(저작권자)과 저작권 문제를 쉽게 푼 이유 중 하나가 과거부터 이들의 저작권 필터링 서비스 - 저작권 침해를 하는 동영상을 찾는 것 - 를 계속 공급해 왔기 때문 아닌가?


A.  그런 사업적 네트워크는 계속 존재했고, 네이버/포털과 같은 기업도 비디오퓨즈와 같은 기술을 통해 모니터링을 했고 그를 통해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디오>는 불법 동영상을 찾아서 삭제하는 것과 다른 개념이었다. 관행상 동영상에서 나온 이미지는 저작권자들이 관리하지 않는 영역이었다. 우리는 이것이 해당 동영상의 홍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도 관리 되지 않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었다. 추가적인 매출과 트래픽을 모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카니벌라이제이션 (cannibalization, 제살깍아먹기)이 아니라 짤방과 같은 이미지에서 새로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저작권자도 이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미디오>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협의가 가능했다.

지금까지 패턴을 볼 때  <이미디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제외하고 향후 동영상 광고 단가를 올리거나 다양한 지불 방법 - 동영상 일부 구매 - 를 통해 보다 질 높은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모바일의 경우 트래픽 문제 등으로 인해 동영상을 짧게 보는 사용자 요구가 강한데 이런 요구에 따라 거부감이 적게 본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14. 현재 방송의 이미지는 잘 검색이 되지만 과거 방송은 검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동영상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다. 현재 동영상을 제공하는 제휴사의 2011 년까지 동영상 데이터는 수집되어 있어서 검색할 수 있다. 머지 않아 2008 년~2009 년 동영상 데이터도 수집하여 검색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만 방대한 콘텐츠와 시스템 구축 문제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보다 이전 동영상 콘텐츠는 계속 확보 중이고 저작권 문제도 협의 중이다. 과거 동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사용성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데이터 베이스를 추가하는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과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것은 모바일  <이미디오>의 문제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미디오>가 PC 기반 서비스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저작권자들에게 확신시켜야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사업적인 이슈가 더 크다. 



15.  <이미디오>라는 서비스가 특별한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 서비스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경쟁자가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우선 기술적인 이슈가 생각보다 크다. 개별 이미지의 특성화 정보를 만들고 이것을 실시간으로 비교하여 동영상 이미지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업량이 필요하다. 이런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큰 기업이나 포털도 함부로 접근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시간 방송을 스트리밍하며 개별 이미지를 데이터화하는 기술도 구현하고 있는데 실제 구현을 해보려면 쉽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이미지 알고리즘과 실시간으로 동영상의 이미지를 리스트하여 검색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또한 이것을 검색어가 아니라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통해 결과를 보이기 위해 최적화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는 것도 기술적 과제다. 

기술적 측면 외에 저작권자와 비즈니스 관계가 또 다른 진입 장벽이다. 비즈니스를 통해 저작권자와 신뢰를 확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그동안 이미지나 동영상 저작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저작권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이  <이미디오>와 같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16. 최근 공개한  <이미디오>의 모바일 버전은 증감 현실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해외 서비스 적용 가능성은 어떠한가? (관련 글 :  http://blog.enswer.net/259)


A.  농담 삼아  <이미디오>에서 19금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을 일본에서 하면 대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국내에서  <이미디오>가 이미지 스크린 샷을 검색하여 동영상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나라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떤 국가는 단순 스크린 샷에 대한 저작권조차 엄격하게 관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같은 경우 우리보다 저작권 규제가 약해 더 쉬울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적으로 해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국가별 비즈니스 상황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이미디오>의 사업적 접근 방식은 기술적 접근 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어필하려고 한다. 기술이 특별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 <이미디오> 사용자가 이 정도다"라는 것을 보여주며 접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우리가 과거에 시도했던 음성 인식 서비스 경험에 비추어볼 때 해외 서비스의 접근은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바일에 적용된  <이미디오> 버전은 TV 화면에서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을 자동 인식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것으로 구현되어 있다. 현재 보고 있는 TV 장면을 공유하거나 서적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인공지능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17. 엔써즈가 2006년도에 처음 선 보인 동영상 검색 서비스인 <엔써미>는 현재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 엔써미에 대한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A.   엔써미를 처음 오픈하고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엔써미는 텍스트로 검색하여 나온 결과 중 가장 검색 결과에 근접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엔써미가 검색을 잘할 수록 검색 결과는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검색 결과에 유사한 여러 개의 동영상 중 가장 근접하고 질높은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기능을 통해 웹에 분포하는 불법 동영상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저작권에 위배되는 동영상이 쉽게 발견되자 점점 더 많은 동영상들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런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엔써미에서 검색을 하면 약 3~4년 전부터 과거보다 더 많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엔써미 서비스가 제공되던 초기에 동영상 매칭 기술로 저작권 위배 동영상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졌고 덕분에 많은 동영상이 웹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점에서 방송사와 같은 저작권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배포하는 것을 무조건 막지말고 홍보 차원에서 동영상을 자유롭게 두어도 좋지 않냐고 저작권자들을 설득한 것이다. 동영상이 웹에 배포되어도 매출로 전환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관리할 수 없는 동영상이 아니라 어디서 배포되고 있고 어떤 요구로 동영상이 유통되고 있음을 제어할 수 있다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초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동영상 저작권자들이 지금은 훨씬 높은 수준에서 동영상의 온라인 배포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많은 동영상이 배포될수록 엔써미는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엔써미가  <이미디오>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디오>의 경우 사용자들이 가장 즐겨 본 동영상 순위가 나온다.  <이미디오>를 통할 경우 어떤 장면이 가장 인기 있었는지 알 수 있고 "동영상 탑 20"과 같은 순위도 추출할 수 있다. 이런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면 동영상 통합 콘텐츠 검색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하나의 이미지와 연계된 동영상을 자주 플레이하고 그것을 통합 콘텐츠로 제공할 경우 엔써미는 과거보다 훨씬 발전한 동영상 통합 서비스로서 새롭게 조명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18. 최초 오디오 검색 기술을 사업화하려다 비디오 검색 기술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오디오 검색은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글로벌 확장이 매우 힘들다. 자동차 네비게이션 음성 검색을 제안한 적 있었는데 파트너사가 스페인 음성은 어떡하냐?라고 반문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각 언어 별로 따로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오디오 인식의 경우 묵음 부분(소리가 없는 부분)이나 더빙으로 여러 소리가 섞여 있을 때 기술적으로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영상이 있을 경우 보다 정확하게 검색 요구를 구분할 수 있고 글로벌 확장성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  <이미디오>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모바일 버전은 텔레비전 화면이나 서적 이미지를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A.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올리는 콘텐츠도 제공하고 싶지만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단계는 사용자가 공유하는 이미지를  <이미디오>를 통해 관련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들이 직접 찍어서 올린 동영상을 검색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대비수익(ROI) 측면에서 그런 서비스는 결국 유튜브와 같은 형태가 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무리인 것 같다.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재미있겠지만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 KT의 자회사가 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이미디오>를 대량 배포할 수 있을 것 같다.  


A.   조금씩 제휴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KT와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은 없다. 제휴를 통해 트래픽이나 사용자를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자체 트래픽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툴바 공동 마케팅 제안을 하는 회사도 있지만 현재는 고려치 않고 있다. 그보다 올해 말까지  <이미디오>사용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다.




■ KT와 인수합병


엔써즈는 작년 초기 투자자였던 KT로부터 인수합병 제안을 받아 들여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대기업이 또 하나의 기술 벤처 기업을 잡아 먹었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미디어를 통해 이 것에 대해 다뤘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묻고 싶었습니다. 엔써즈의 엔젤 투자자 중 한 명인 장병규씨는 대표이사인 김길연씨와 KAIST 동문이고 과거 첫눈이라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한 후 NHN과 인수합병을 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주목 받았습니다. 



21. 엔써즈가 최초 외부 투자를 받을 무렵, 구글에서 인수 제안을 했다는 루머가 있다.

A.   그런 루머가 있긴 했지만 구글과 실제로 인수합병 건으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 구글 캠퍼스에 가서 아는 사람과 차 한 잔 마시는 수준이었다. 구글이라는 회사의 규모가 크다보니 비공식적으로 우리 회사에 대해 묻는 경우도 있었고 어쩌면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인수 관련 제안을 받은 바 없다. 



24. 작년 KT가 인수합병한 후 여전히 독립 운영하는 형태로 회사를 존속시키고 있는데 어떤 이유인가?  KT와 같은 대기업이 흔하게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의 인수합병 모델은 아닌 것 같다.


A.  다른 회사가 그렇듯 KT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우리를 보고 오히려 "엔써즈가 밖에서 해야 더 잘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KT 또한 해외의 다양한 M&A 사례를 보며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흡수 형태의 인수 합병을 고집하지 않는 것 같다. 때문에 우리도 열린 자세로 KT와 논의할 수 있었다. 

대기업과 기업 합병을 추진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개발 이외 이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전에는 장비 하나를 구입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고 힘들게 결정해야 했다. 좀 더 저렴한 비용을 위해 정부 과제를 통해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무슨 서비스 하나를 열려면 장비 확보에 대한 고민부터 자잘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에 대한 고충이 있었다. 그런 걱정을 더는 측면에서 KT의 인수합병 제안을 바라봤다. 한편, KT 입장에서 큰 조직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고 오히려 외부에 있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모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판단한 것 같다. 상호 요구가 맞았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진행되었고 현재 엔써즈와 같은 독립사 형태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여전히 꿈을 펼쳐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는데 인프라에 대한 불필요한 고민을 잊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 


(그림. 엔써즈 본사)



25. KT에 인수합병한 이후 거래 금액에 대한 루머도 있었고 "또 기술 벤처를 대기업이 먹어치우나?"라는 비난도 있었다. 또한 엔써즈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장병규 사장의 첫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A.   단지 돈으로만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알고 나면 쉽게 비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최근  벤처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하려는 사람이 적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창업하라고 등만 떠밀고 실제로 도와주는 시스템은 없다. 첫눈의 경우도 인수합병 당시 거래 금액만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돌았다. 초기 엔젤 투자자가 적절한 시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빠지는 것이 오히려 낫다. 사업 초기에는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사업 초기에 많이 헤매는데 그런 쓴 소리가 큰 도움이 된다. 적절한 사람을 뽑는 것과 같은 부분에서 엔젤 투자자가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이런 시기가 지났을 때 엔젤 투자자가 수익을 확보하고 빠짐으로써 또 다른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엔써즈는 음성인식 서비스를 개발했던 시기까지 포함하면 거의 10 년을 연구에 몰입했다. 정말 기술개발만으로 돈 벌기 힘들다. 잘못하면 솔루션 납품으로 먹고 사는 길을 선택할 지 모른다. 우리가 연구한 이 기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인수합병도 선택 가능한 답이라고 본다. 우리에 대해 적절히 평가하고 제 값 주고 같이 하는 게, 기업 지원 자금과 같은 지원책보다 벤처나 스타트업 장려 측면에서 낫다고 본다.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KT와 합병은 나름 좋게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인수합병에서 거래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이야기하면 게속 돈만 관련한 사항만 언급하기 때문이다.

첫눈의 경우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벤처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당시 첫눈과 NHN 인수합병 시 그랬듯, 내부 직원들과 협의 사항을 공개하고 논의하며 합병 건을 진행했다. 우리는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결정했다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봤을 때는 숫자만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첫눈에 비해 우리는 욕을 덜 먹은 편이라고 농담도 했다. 아무래도 인수합병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고 행동하는데 조심스러운 게 있다. 







■ 엔써즈의 기업,개발문화


엔써즈의 기업 문화는 어떨까요? 물론 대표이사를 통해 듣는 기업 문화나 개발 문화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이 회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26. 엔써즈에 관심있는 사람들 중 기업 문화나 개발 문화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NHN 이해진 의장은 임직원들에게 긴장과 열정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이사로서 엔써즈의 회사 문화와 개발 문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자유로운 조직으로 알려진 구글같은 경우에도 경쟁이 매우 심하다. 야근을 종용하지 않을 지 몰라도 경쟁 관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오버 타임 근무를 하거나 집에서 코딩을 하는 건 흔한 일이다. 어떤 조직이든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다만 위에서 내려온 긴장감은 좋지 않다고 본다. 사람은 약한 존재라서 가이드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게 일종의 긴장감이지만 본인 스스로 일하게 하는 분위기와 기업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외부 환경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아도 제품 런칭 일정을 스스로 조직하고 일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현재 임직원은 70여 명 정도인데 나는 아침형 인간이고 운동을 좋아하고 같이 하고 싶다. 제발 밤에 야근 좀 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한 10 년 일해 보니 밤에 일하는 게 좋지 않다. 회사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길 바란다. 이전 음성 인식 서비스를 개발하며 회사를 할 때 망한 이유를 생각해 볼 때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생각난다. 좋은 사람이 나가기 시작하면 다 따라 나간다. 다행히 KT와 합병  후에는 퇴사한 사람이 없다. 임직원을 많이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개별적으로 같이 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고민이다. 대부분의 일은 임직원 자율로 하고 감당하기 힘든 건 위로 넘기라고 한다. 사장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골치아프고 귀찮은 일은 내게 넘기라고 한다. 

회사 개발 문화의 기본은 애자일이다. 가능하면 기획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빠르게 개발하고 수정하며 제품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애자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디오> 같은 서비스도 프론트는 간단하지만 백엔드는 굉장히 복잡한 프로세스로 개발되었다. 이런 경우 다양한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사용하여 백앤드를 개발한다. 서너명으로 팀을 짜서 하는 프로젝트도 몇 개 있다.  <이미디오>의 모바일 인식 프로그램도 두 명이 개발했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전담하는 기술 운영팀이 있고 고객 응대팀도 있다. 또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담당하여 개발하는 조직도 있다. 운영 분야와 개발 분야로 조직이 구분되어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개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도록 PM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조직을 꾸려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엔써즈 디자인실 벽면)




27. 내가 엔써즈라는 회사에 들어가서 함께 일하게 된다면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또 엔써즈가 원하는 개발자 상은 무엇인가?


A.  엔써즈라는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다른 회사에 비해 훨씬 다양한 수준의 기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특성 상 어샘블리부터 서버 네트워크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이미디오>만 봤을 때 백앤드에서 이미지 분석을 위해 SSE4와 같은 칩셋 단위 아키텍처에 접근한다. 또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관리나 분산 처리를 위해 리눅스, 카산드라, 분산 프레임 워크를 다루고 모바일 개발이나 프론트 엔드에서 스크립트도 다루고 있다. 이런 분야의 실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의 업무가 너무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업 시스템은 나름 장점이 있으나 한계도 분명한 것 같다. 분야 구분없이 일할 수 있는 개발자를 환영한다. 또한 하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 전반적으로 리눅스나 C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C로 짠 코드와 스크립트로 짠 코드에서 전자가 훨씬 적은 장비로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열린 개발자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우리 회사의 목표가 KT와 인수합병으로 끝난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합병 이후 2차 목표로 엔써즈의 기업 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개발자에게 행복한 회사란 개발자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인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상품화하고, 돈을 버는 것을 함께 경험하는 회사가 행복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게 있는데 터치하지 않는 것이다. 내 경험을 봐도 그렇고 간섭해서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두 가지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롭게 개발을 하려면 돈이 되지 않고, 돈을 벌려면 원하는 개발을 하기 어려운 것. 이 둘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한 회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 인터뷰를 마치며 

두 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친 후 최근 이사 온 회사 사무실을 둘러 봤습니다. 깔끔하고 넓은 사무실은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모습이었고 개발자들이 열중하고 있는 공간 뒤로 주인이 없는 책상도 여럿 보였습니다. 홍보 담당 팀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리"라며 편한 마음으로 회사에 대한 궁금함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합니다. 


(그림. 엔써즈 본사의 누군가를 기다리는 빈 책상들)


특별한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회사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뒤에 숨어 있는 기술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보이는 것조차 사용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어떤 것으로 구현하려면 매일 수 백만 개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막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뉴스를 볼 때나 게시판에서 이미지를 볼 때 갑자기 이미지에 나타나는 <이미디오> 버튼을 보며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선물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이 뒷받침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용자들도 <이미디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우리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쉽게 합니다. 새로운 무엇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뭔가 다시 하기에 너무 늦었다 싶을 때가 바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조언에 합당하게 스스로 행동하느냐 물으면 할 말을 잃곤 합니다.

 

 

며칠 전 한 프로그래밍 커뮤니티 QnA 게시판에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30대 중반인데 프로그래밍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려 합니다.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어떤 답변이 있었을까요? 예상한 답변들이 나옵니다. 

 

- 대단하다

- 새로운 도전 자체가 의미있다

- 힘내라

 

그리고 곧이어 현실적인 조언이 나옵니다

 

- 전공이 뭐냐?

- 이 바닥도 경쟁이 치열하다

- 공부해야 할 것이 아주 많을텐데 머리가 굳어 힘들 것이다

 

이런 조언이 나오자 보다 강력한 현실적 조언을 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 전혀 관계없는 일을 했고 전공도 다른데 이제와서 준비하는 건 위험하다

- 가장으로서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

-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어학 실력도 키워야 한다

- 나이가 너무 많은데 어린 상급자 밑에서 일할 수 있겠나

 

질문자가 답변을 하자 더 심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 회사를 먼저 그만둔 건 잘못이다, 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 막연하게 프로그래밍 배울 바에야 차라리 치킨집 준비가 낫다

- 대기업 과장이라면서 그 정도 개념도 없나

- 프로그래밍을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질문과 대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가슴 깊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남들 삶에 흔하게 조언하며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구나."

 

조언을 하신 분들이야 진심을 담아서 했겠으나 정작 질문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질문자가 전혀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어떤 상황을 이해하려는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가 프로그래머의 길을 가겠다고 어떤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할 때 특히 그의 나이가 적지 않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질문자가 자신의 고민을 공개한 것은 아마도 주변에 공감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질문자의 선택은 바보같은 짓이니까요. 


질문자는 처음 질문을 할 때 자신의 상황을 거의 밝히지 않았습니다. 나이만 이야기했죠. 그러다 답변을 하며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대우를 받고 있으며 가족 관계가 어떠하고 대학에서 어떤 학습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죠. 사람들은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질문자에게 더 많은 조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조언은 점점 변질되어 "차라리 닭집 사장을 해라."는 식의 막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어떤 질문에 조언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조언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책임감'을 제시하면 어떨까요? 자신이 한 조언에 대해 자신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조건을 걸면 어떨까요? 이런 조건부로 조언을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우리는 매우 자주 '도움 될만한 참고 이야기'라는 핑게로 책임지기 힘든 배설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반성합니다.

 

저는 그 분이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내세요, 저도 같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백 마디의 조언보다 더 힘이 되는 것은 "나도 그래."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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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불확정성

Posted 2012/03/03 13:33
행운에 대한 격언 중 가장 흔한 것은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의 "발명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에서 나온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요즘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 초등학교 교과서나 위인전에서 에디슨의 이야기를 자주 읽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노력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조언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하여 잘 알려진 대학에 들어가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입신양명하는 이야기도 자주 등장했다.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망상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비난 받았다. 


다이어트 

행운과 노력을 비교하면 여전히 과거 이야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 시대인 요즘 텔레비전에 고도 비만인인 사람이 극한의 노력으로 정상 체중이 된 사연이 자주 나온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에게 행운이라는 게 있을까? 먹고 싶은 욕망을 참고 먹기 싫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식이요법을 받아 들이고 지방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견디며 꾸준하게 운동을 한다. 그게 대부분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요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감량 성공 후에도 운동을 계속하고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어디에도 행운이라는 요소는 없는 것 같다. 오직 노력만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불확정성'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체중 감량에 성공하려면 규칙이 중요하다. 고열량의 음식을 자주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 규칙을 저열량의 음식을 제한하여 먹고 즉시 운동하는 규칙으로 바꿔야 한다. 규칙이 있다는 말은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다. 고도 비만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나쁜 상태의 규칙이 계속 유지된다는 말이고 정상 체중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늘 어떤 사건이 터진다. 야식을 먹지 않으려면 저녁 10시 이전에 자야하는데 갑자기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한다. 10시에 자면 느끼지 않을 배고픔을 참고 일해야 한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적어도 7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야근으로 인해 겨우 8시에 일어나 굶주린 배를 안고 출근을 한다. 점심 식사 시간까지 또 굶주림을 견뎌야 한다. 점심 시간이 되었지만 저열량 음식을 먹어야 한다. 피곤함으로 인해 점심을 대충 먹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잠시 잔다. 점심 식사 후 운동을 해야 하지만 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규칙은 쉽게 무너진다. 무너짐의 시작은 '야근'이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노력을 유지할 행운이 따르지 못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다이어트에 행운이 필요하다면 다들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 다이어트를 위해 반드시 행운이 필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행운이 필요하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는 행운이 필요하고, 정해진 시간에 잘 수 있는 행운이 필요하다. 행운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조정할 수 없거나 조정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확정성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마치 우주에서 암흑물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과 비슷하다. 우리는 예측할 수 있는 것들만 알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른다. 예측 가능한 부분으로 어떤 일을 시작하고 그것이 진행되고 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측이 빗나가고 일정이 지연되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예측은 엉망이 되고 계획은 의미없고 탄식과 실망의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묻는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정말 운이 없어."


비즈니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비즈니스를 했지만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한다. 노력의 관점에서 둘을 비교하면 성공한 사람이 더 노력했고 실패한 사람은 덜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행운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성공한 사람에게 더 큰 행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노력은 계획할 수 있는 것이고 행운은 우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아무래도 노력에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불확정성이 갖는 영역이 훨씬 크다고 바라보면 노력은 성공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어제 쓴 글에서 아이러브스쿨 창업자인 김영삼씨에 대한 아쉬움을 그런 것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발견했고 또한 운 좋게 주변에 그 아이템을 웹 사이트로 구현할 사람이 있었고 초기 투자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거대한 사용자가 사용하는 웹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행운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행운으로 즉 불확정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행운은 불행이 되었다. 법률적으로 회사의 지분을 빼앗기게 되었지만 그가 아이러브스쿨을 경영하거나 다른 웹 사이트를 만들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이 계획의 일부라고 굳게 믿었다. 행운이 사라지자 그의 계획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아이디어일 뿐이었다. 

실패한 사람이 덜 노력했다고 평가하거나 성공한 사람에게 더 큰 행운이 있었다고 짐작하면 아무런 배움을 얻지 못한다. 우리가 측정하지 못했던 어떤 요소 - 나는 그것을 불확정성이라고 부른다 - 를 발견하기 위해 집중할 때 비로소 배움을 얻을 수 있다. 행운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다가올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행운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능숙한 어부는 어떤 시기에 어떤 장소에 낚시대를 내려야 할 지 안다. 그러나 늘 계획했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는 끊임없이 낚시대를 내리고 올리고 주변을 관찰하고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 불확정성의 영역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인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노력과 행운을 대립시켜 바라보면 어떤 배움도 얻을 수 없다. 행운에 대한 기대로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력을 측정 가능한 요소로 바라보고 행운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계획할 수 없는 불확정성의 영역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의 직업을 묻곤 한다.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대답하면 그 사람의 차림새를 잠깐 살펴 본 후 "옷 만드세요?" 혹은 "인터넷 회사 다니세요?"라고 되묻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무엇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웹 서비스 관련 업계에서 '디자인'은 오히려 '기획'이라는 의미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바뀐 것 같다. 나 또한 내 직업을 곰곰히 따져보면 웹 서비스 컨설턴트가 아니라 웹 서비스 디자이너로 정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90년대 후반 인터넷 회사에 들어갔을 때 '디자인'은 웹 사이트에 사용되는 이미지를 그리거나 편집하는 일을 의미했다. 몇 년 지나자 웹 사이트에 그런 이미지를 적절하게 편집하여 위치를 잡는 간단한 코딩 - 하드 코딩 - 을 하는 역할이 부여 되었고 그런 사람을 '웹 디자이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플래시와 같은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다루는 것도 '웹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되었다. 그 와중에 CSS나 간단한 스크립트, 표준 마크업을 다루는 것도 '웹 디자이너'의 업무에 포함되는 걸 지켜봤다. 지금은 주요하게 다루는 도구에 따라 세분화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그런 여러가지 도구를 다루고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을 '웹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창업을 하고 여러 회사의 다양한 개발 환경을 경험하면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쓰이는 것을 자주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회사다. 게임 회사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그래픽을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기획하는 사람을 말한다. PD라고 부르는 곳도 있고, PD와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어쨌든 게임 업계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그래픽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자인'에 대한 협소한 정의 혹은 직업 경험에 의한 잘못된 판단 때문에 자주 오해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멋진 공간을 창출하는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가 유아 교육 시스템을 제작하는데 참여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디자이너는 건축을 통해 사람과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아가 건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스템에 참여하여 직관적인 견해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디자이너는 자신의 의견을 눈에 보이는 어떤 것 - 그림이든, 목업이든, 프로토타입이든 - 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사람이 유아 교육 시스템에 참가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건축 디자이너'를 건물을 기획하고 도안을 그리는 사람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순전히 내가 잘못된 인식을 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웹 서비스 기획자들이 자신이 기획해야 하는 사이트를 파워포인트에 그리고 그것의 외형을 웹 디자이너에게 맡겨 버리는 행동이 매우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웹 디자이너들이 왜 자신을 그래픽 디자이너로 취급하는 지 답답해하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개발자들이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만든 사이트의 코더로 전락하고 있는 문제도 파악했다. 그래서 늘 세 주체가 함께 웹 서비스를 기획하도록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기획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물론 늘 그들은 싸웠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잘못한 것을 명확히 알게 된다. "웹 서비스 기획 회의를 합시다"라고 세 주체를 모은 게 잘못이다. "웹 서비스 디자인을 합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기획자에게 명확히 교육했어야 했다. 디자이너에게도, 개발자에게도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갖는 함의를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시간을 줬어야 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직무와 직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토론하며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말했어야 했다. 그래야 "나는 기획을 할테니 당신은 디자인을 하고 당신을 개발을 하시오" 따위의 초급자 수준의 협업 관계를 탈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회하지만 지금이라도 주변의 기획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더 자주해야 할 것 같다,
"너는 기획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웹 서비스를 디자인 하는 사람" 이라고.


아내와 만난 것은 1996년. 그녀는 그 해 졸업이라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다. 방송국 PD에 지원해서 5차에 걸친 과정에서 최종 합격자 2인 중 하나가 되었지만 탈락했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 계열 광고 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그건 통지서를 늦게 받아 본의 아니게 탈락. 정말 원하고 원했던 PD 부분에 탈락 통보를 받았던 시점에서 별 생각없이 지원했던 공기업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렇게 회사를 다녔던 것이 벌써 15년 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공기업의 특성 때문인지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지방으로 발령 받았다가 다시 서울 본사로 발령 받는 행운도 있었다. 

그녀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가끔 자기 회사의 경력직으로 지원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는 발끈하기도 했고 무시하기도 하며 살아 왔다. 엊그제 그녀가 2012년 경력직 지원 서류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간 걸 봤다. 무시하는 대신 이번엔 좀 진지하게 그 서류를 봤다. 

사회 생활 15년. 옮겨 다닌 회사는 10개 정도. 내가 회사를 만들어 웹 서비스 컨설팅을 한 것은 5년. 15년의 사회 생활을 돌이켜 보면 한 마디로 '불도저'다. 주위에 어떤 기회가 오든 말든 내가 선택한 길이 있으면 그냥 밀어 부쳤다. 진득하게 기다리는 건 성격에 맞지 않았다. 한 걸음 늦게 갔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재미 없지 않나. 먼저 나가서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을 밀어 부쳤다. 뭐 인생 별 거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한동안 굉장히 아팠다. 병원을 드나드는 시간이 흔했다. 병상에 누워 있거나 집에 있으면서 생각을 했다. 100미터를 있는 힘껏 달리고 1년 동안 앓아 눕는 것과 매일 매일 10미터씩 달리는 것 중 뭐가 더 현명한 가 처음 비교해 봤다. 한 번도 그런 비교를 한 적 없었다. 아프니까 그런 비교가 되었다. 한 번도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나이가 드는 걸 알았다. 점점 동생들이 많아 졌다. 그들이 내게 물었다, "형, 나는 지금 뭘 해야 해요?" 그들에게 100미터를 미친 듯 달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온 몸을 다해 달리고 앓아 누으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내는 마흔이 된 내게 자기 회사 - 공기업의 경력직에 지원해 보라고 한다. 울컥했다. 내가 지난 세월 동안 만들어 온, 혹은 만들고자 한 삶이 어떤 것인데 이렇게 폄훼하는 가 싶어 화가 났다. 그런데 나는울화감을 누르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100미터를 불태우며 달리고 쓰러진 것에 대해.

그래서 오랜만에, 한 5년 만에 이력서를 다시 쓴다. 그 기업에 합격하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있는 게 아니다. 건방진 내 삶에 대한 반성이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력서를 쓰고 있다. 내가 정말 가치로운가?라고 다시 묻고 있다. 아니면 어떤가. 중요한 건 스스로 묻는 것이다,

"제대로 살고 있나?"

정말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 라고 묻는다. 새로운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쓰고 나면 더 나아질 것이다. 최소한 나이값은 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매번 물어 볼 때마다 매번 다른 답을 하고 있지만 늘 의미가 있는 질문이다.
 
점심 조금 지나서 IT 뉴스를 보고 있는데 '뜯어서 쓰는 USB'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기사 내용은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종이로 만든 뜯어 쓸 수 있는 USB를 소개하고 있었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업화하기에 많은 무리가 있는 제품이라 생각했는데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종이로 만든 뜯어서 쓰는 USB '화제'


그래서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제품을 찾아 봤다.
http://www.artlebedev.com/ 라는 사이트인데 제품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 그룹이었다. 사이트에서 "usb"로 검색을 하니 바로 이 종이로
만든 USB 관련 정보가 나왔다.

Flashkus USB flash drive concept

웹 사이트에는 이 플래시로 만들어진 메모리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 지
기사에서 소개하는 사진 말고 다른 사진들도 있다.


문제는.. 이 제품이 실제 상용화된 제품이 아니라 콘셉트 디자인 제품이었다.
즉 디자인 측면에서 한번 실험삼아 그려 본 제품이라는 의미다.
웹사이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조만간 플래시 메모리를 통해 이런 콘셉트의
USB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근데 기사에서는 마치 존재하는 제품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요즘 참...
기자질 하기 쉬운 것 같다.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을 기사화할 때는 최소한
팩트 정도는 확인하고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내 머릿 속에 펜션은 두 가지 범주에 속해 있었다. 하나는 회사 워크숍이나 MT 때 가끔 가던 그런 펜션 - 10여 명 이상이 들어가서 축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방이 있는 펜션이었고 다른 하나는 풀하우스와 같이 비까번쩍한 인테리어와 어디선가 메이드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럭셔리한 것이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때 호텔은 수도 없이 갔지만 팬션은 구경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펜션은 그런 개념이었다.


르미에르 펜션

남해의 르미에르 펜션은 딱 그 중간 정도의 개념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펜션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동네에서 요즘 유행하는 각 동이 분리된 형태도 아니고 널찍한 앞마당을 제공하는 그런 곳도 아니다. 소박한 스파가 있는 4개의 룸으로 구성된 작은 펜션이다. 그런데 이 펜션은 주변의 다른 펜션들이 손님이 없어서 불이 꺼진 평일에도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르미에르 펜션지기가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남해의 주변 펜션지기들이 자주 이 펜션을 찾아 온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남들 다 놀고 있을 때 당신 펜션만 사람들이 오는 지 궁금하다고 묻는단다. 참 쉬운 이유인데 그걸 몰라서 찾아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르미에르 펜션지기는 더 답답하다고 한다.

좋은 시설의 펜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걸  르미에르 펜션은 다른 방법으로 풀고 있는 것이다.


르미에르 펜션은 남해의 수 많은 펜션을 기준으로 봤을 때 중간 수준의 펜션이다. 룸도 4개 뿐이다. 남해가 주는 천해의 경관과 룸에 스파를 즐기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빼면 그저 그런 펜션이다. 그런데 이 펜션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펜션이 갖는 의미가 호텔이나 모텔과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반증한다. 

지난 번에 소개한 초콜렛 펜션처럼 이 펜션의 운영자 - 사장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개 '펜션지기'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의 품성과 관련이 있다. 올해 마흔이 된 르미에르 펜션지기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 음악을 했었고 사업도 했고 1년 6개월 정도 길바닥에서 정말 노숙자로 생활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남해로 내려와 아버지가 하는 펜션 사업을 돕기 시작한 것이 올해로 5년 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생계형 펜션 운영 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하는 짓을 보면 생계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정봉주 의원을 위한 노래를 만들기도 했고 최근에는 네이버 카툰 <>의 사운드 트랙 작업을 하기도 했다.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오지랖이 넓지 않나 싶다. 책을 쓰기 위해 장기 투숙을 하며 르미에르 펜션지기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의 펜션이 비수기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공실을 그냥 보지 못한다. 이벤트를 하든 가격을 후려치든 무조건 방을 판다는 자세
- 펜션 콘텐츠의 다양화. 소소하지만 작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서 펜션에 적용하고 있다
- 대화. 펜션 손님이 굳이 은둔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면 귀찮을 정도로 자꾸 찾아와 대화한다

이 세 가지를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게 이 펜션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주요한 이유다. 물론 주변의 다른 펜션들도 이와 같은 일을 하려고 하거나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들은 생각만 하고 있고 르미에르 펜션지기는 그걸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생각과 행동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펜션이 아주 후진 것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파도 있고 룸이 작기는 하지만 오밀조밀한 맛이 있다. 펜션지기를 자신의 펜션이 갖는 한계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펜션을 허물고 다시 짓고 싶다고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어쨌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스파 스파 스파!!!

아래 그림이  르미에르 펜션이 자랑하는 스파다. 성인 기준으로 2명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스파 욕조다. 여기에 앉아서 스파를 즐기며 남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멋지지. 물론 그림에 있는 것처럼 촛불이 켜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려면 옵션 신청을 해야 한다. 얼마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어쨌든 돈을 좀 더 내면 저렇게 꾸며 준다. 내 생각엔... 1만원 정도 주고 촛 불 사서 직접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스파에 물을 받는데 대략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만약 펜션에 체크인할 때 물이 가득 차 있기를 원한다면 최소 1시간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아래는 4개 룸 중 하나인 <모던타임즈>다. 나머지 3개의 방도 비슷하게 생겼다. 중앙에 큰 침대가 있고 욕실 겸 화장실이 있고 입구 옆에는 싱크대와 조리 시설이 있다. 커다란 TV가 있고 컴퓨터도 있다. 콘셉트형 모텔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룸의 전면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블라인드를 열면 남해의 바다가 바로 보인다. 발코니가 있어서 열고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도 있다. 거기서 바베큐를 즐기는데 겨울에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먹으면 된다.



르미에르 카페

르미에르 카페는 참 사연이 많은 공간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왼쪽 상단에 블라인드가 보일 것이다. 나중에 가 보면 여결 살포시 열어 보길 바란다. 작은 공간이 보일 것이다. 원래 여기에서 카페지기의 아버님이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닫혀 버리고 현재와 같은 카페가 만들어 졌다. 1층의 카페 공간을 룸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손님들이 자유롭게 와서 즐기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여 현재와 같은 카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는 언제나 열려 있다. 심지어 펜션지기가 잠자고 있을 때 와도 되는 소위 "24시간 개방 공간"이다. 사진에서 보이지 않지만 구석에 커피 메이커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고기나 술을 꺼내 먹을 수 있는 냉장고도 있다. 물론 마구 꺼내 먹으면 고발 당할 수도 있지만... 먹고 나서 나중에 계산하면 아무 말 없다. 르미에르 카페는 간단한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식으로 제공하는 컵케이크와 커피. 여성들이 아주 환장을 한다...고 펜션지기가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은... 보통 펜션에 오는 분들은 저녁 무렵에 입실을 한다. 펜션도 호텔과 비슷하게 오후 1시쯤부터 체크인을 할 수 있는데 남해의 경우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손님들이 저녁 무렵에 체크인을 한다. 그러니 저녁을 대충 떼우든가 바베큐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날 아침에 비로소 남해 관광을 하는데 아침꺼리를 챙겨오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르미에르 펜션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조식인 컵케이크와 커피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 일대의 펜션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조식이나 뷔페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그래도 남해의 경우엔 이런 간단한 간식류의 조식조차 제공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르미에르 펜션의 조식에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펜션에 있는 동안 조식과 관련하여 제안한 것이 몇 가지 있다.

- 베이글, 크림치즈, 커피 (무료) 
- 시골 아침 밥상 (유료)

베이글은 여성들이 아주 좋아하는 메뉴고 저렴하기 때문에 컵 케이크보다는 낫다고 제안했다. 베이글을 사서 얼려 놓고 전자렌지에 돌려서 녹여서 제공해도 되기 때문에 제안한 것인데 몇 번 해 보다가 요즘은 하고 있는 지 확실히 모르겠다. 시골 아침 밥상은 펜션지기 부모님이 근처에서 운영하는 펜션에서 먹은 아침 밥상의 감동 때문에 제안한 것이었다. 된장국에 5 반찬 정도의 밥상인데 르미에르 펜션에서 어른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서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여우별 펜션에서 먹도록 제안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안 도로를 20분 가량 산책할 수 있고 도착한 펜션에서 전형적인 시골 밥상을 즐기도록 하는 콘셉트였다. 한 번 정도 시도한 것으로 아는데 펜션지기의 게으름으로 전격적으로 시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혹시 르미에르 펜션에서 시골 아침 밥상을 즐기고 싶다면 펜션지기에게 제안을 해 보라. 1인당 5천원 정도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르미에르 펜션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고 도착한 곳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훌륭한 코스가 아닐까. 대단한 아침 밥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집 아침 밥상에 내가 끼어 먹는 걸 생각하면 딱 좋다. 그런 경험이 없다고? 바로 그거다. 나는 분명히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하는 멋진 코스라고 믿고 있다. 


먹을 것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자고 먹고 놀았던 펜션인데 막상 검색을 해 보면 후일담이나 이미지가 별로 없는 게 르미에르 펜션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특히 펜션의 주요 수익 중 하나인 바베큐 사진은 정말 찾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르미에르 펜션 홈페이지에 있는 예쁜 이미지를 올릴 수 밖에 없다. 펜션으로 여행 가는 사람과 먹을 거리는 딱 2가지로 나뉜다. 철저한 준비파와 빈 손이 그것이다. 대개는 빈 손이다.

펜션은 간단한 조리 기구가 갖추어져 있지만 대부분 빈 손으로 오니 자연스럽게 펜션이 제공하는 바베큐를 주문하게 된다. 근데 이게 펜션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아주 큰 수익 모델이다. 특히 손님이 적은 비수기에는 숙박 요금을 후려치게 되는데 그렇게 맞이한 손님이 음식까지 다 갖추고 오면 대략 낭패다. 다행히 많은 손님들이 귀찮음을 이유로 빈손으로 오고 펜션이 제공하는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르미에르 펜션도 그런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아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비주얼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그러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건 확실하다. 배부르게 먹으려면 먼저 해야 할 작업이 있다. 르미에르 펜션지기와 "형/아우"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르미에르 펜션지기는 친인척 관계에 대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단기적 친인척 관계를 맺으면 아주 벗겨 먹을 수 있다. "오빠"라고 불러 줄 수 있다면 한우 쇠고기를 대접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펜션에서 제공하는 기본 바베큐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미리 구워 먹을 재료를 사와도 좋다. 남해는 아주 싼 가격에 한우를 살 수 있는 곳이 있다. 남해읍 버스 터미널 근처에도 있고 시내에도 정육점형 고깃집이 있다. 펜션에 오기 전에 고기를 잔뜩 사오고 펜션에는 숯불 세팅만 요청하면 저렴한 가격에 풍족한 저녁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알아서 먹는 상황에서 펜션지기를 생까는 대신 저렴하지만 그 동네에서 구하기 힘든 싸구려 와인 따위를 뇌물로 주면서 "오빠(형, 동생) 한 잔 같이해요"라고 해도 좋다. 펜션지기가 와인을 다 마실 즈음 얘기 안해도 알아서 이런 저런 것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펜션하면 왠지 모르겠지만 꼭 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고양이도 아니고 말이나 닭도 아니고 꼭 개가 한 마리 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작은 개는 안될 것 같고 <1박 2일>에 나오는 흰색의 대형견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고 아마 펜션이라는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그렇게 각인된 것 같다. 

르미에르 펜션에도 개가 있다. '진돌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는 족보 있는 진돗개다. 아직 성견은 아니고 전문적인 조련을 받은 상태도 아니지만 성격은 순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나 잘 따라 다니는 건 아니지만 24시간 이내에 금방 잘 따라 다니게 된다. 누가 주는 먹이를 잘 먹는 건 아니지만 결국 먹기는 하는 지조가 있고 혈통이 있는 듯 하지만 언뜻 보면 똥개 같은 진돗개다. 

내가 열흘 동안 있을 때 진돌이가 짖는 걸 딱 한 번 본 적 있다. 펜션에 간 첫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바깥으로 나갔는데 휘청거리다 난간에 허리가 걸리며 고꾸라졌나 보다. 진돌이가 미친 듯 짖었다고 한다. 그 소리에 같이 술 먹던 펜션지기가 나와서 겨우 끌어 내렸다고 한다. 아마 진돌이는 이런 마음으로 짖은 게 아닌가 싶다,

"주인님, 저 쉐키 지금 펜션 망하게 하려고 번지 점프하려고 해욧!"

어쨌든 진돌이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하루 종일 글을 쓰다 쓰러져 자고 있으면 펜션지기가 찾아와 산책이라도 하라고 다그치곤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진돌이와 함께 해안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했다. 처음엔 부담스럽더니 맑은 공기와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게 지금은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개와 관계에 좀 예민한 편인데 특히 개가 앞서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훈련을 받지 않은 진돌이와 산책을 하는 건 좀 힘들었다. 주인인 펜션지기와 함께 산책을 할 때도 천방지축 뛰어 다니다가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치일 뻔 한 적도 있었다. 나와 함께 산책을 할 때도 그랬는데 일부러 목줄을 짧게 잡고 다녔다.

똑똑한 개인데 훈련을 받지 못해서 가끔 돌발 행동을 하는 게 불안했다. 하지만 참 귀여운 녀석이고 품성이 순하기 이를 데 없다. 다만 주인이 제대로 먹이질 않아서 본의 아니게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는 건 좀 안타깝다. 펜션지기에게 자주 두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제 앞가림도 못하니 개 밥 챙겨주고 훈련 시키는 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인 것 같다. 혹시 르미에르 펜션을 찾게 되면 진돌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으면 한다. 불쌍한 넘이다.

참고로 펜션지기가 진돌이용 간식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안 주고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손님한테 팔려구요"라고 한다. 그 얘길 듣고 "개를 수익 모델로 이용하면 되겠냐!"고 탓했다. 그런데 펜션지기가 손님에게 개당 1천원에 팔고 있다는 개 간식은 단가가 1천 5백원짜리였다. 이 쉐키 멍청인가... 아이디어는 좋은데 아이큐가 낮은 대표적 사례였다.


감성돔 낚시

르미에르 팬션에서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면 앞 바다에 늘 여러 척의 배가 떠 있는 걸 볼 수 있다. 낚시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감성돔 포인트라고 한다. 감성돔이 잘 잡히는 시기가 되면 팬션 앞 도로에는 차량이 가득하고 바다 위와 근처 갯바위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팬션 근처에 차를 세워 놓고 갯바위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르미에르 패션지기에게 왜 낚시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일단 자신이 낚시에 별 관심이 없고, 낚시꾼들은 당일치기로 오거나 숙박을 하더라도 저렴한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고 했다. 실제로 르미에르 팬션지기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여우별 팬션에는 낚시꾼들도 자주 머문다고 한다. 그 팬션의 방값은 주변 민박 수준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르미에르 팬션지기의 아버님은 낚시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다음에 가면 함께 감성돔 낚시를 가자고 이야기해봐야겠다. 자주 낚시를 간다고 하시니 직접 하지는 못해도 바다바람 쐬러 데려가 달라고 졸라봐야겠다. 르미에르 팬션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빈센트 팬션지기는 가끔 감성돔 낚시를 가는 것 같다. 그의 블로그에 잡은 감성돔 사진을 올려 둔 것을 본 적 있다. 안되면 이 팬션지기를 꼬셔서 같이 낚시를 가든가 해야지.




남해에는 팬션이 참 많다


나는 그 중 2개의 펜션을 경험했을 뿐이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그 2개의 펜션보다 멋진 곳이 아주 아주 많다. 최고급 스파가 있는 곳도 있고, 백사장이 있는 곳도 있고, 풀빌라에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아니다. 비수기 1박 기준으로 대개 15만원~20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공개 가격이 그럴 뿐  말만 잘하면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머물 수 있는 곳도 아주 많다. 매년 1, 2월은 남해 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팬션의 극비수기다. 이 기간을 이용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휴가를 즐길 수 있다. 2박 이상의 장기 투숙을 하면 매우 저렴하게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펜션과 모텔 혹은 호텔의 차이점을 생각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펜션의 수는 확 줄어든다. 펜션에서 그저 하룻밤 자고 나올 생각이라면 가격과 인테리어를 최우선으로 보는 게 좋다. 그러나 펜션지기와 대화하며 남해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펜션은 그리 많지 않다. 펜션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펜션을 지키고 있는 사람, 즉 펜션지기다. 르미에르 펜션처럼 사람을 그리워하며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펜션이 매력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멋진 휴식 공간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켜 주는 사람이 있는 펜션 중 하나기 때문이다.

끝으로 르미에르 펜션 싸게 가기 팁.

1. 이 펜션지기가 미권스(정봉주 카페) 회원이고 50% 할인 행사 한다
2. 구구절절한 사연을 내세우면 깎아 준다. 
3. 2박 이상 장기 투숙 고객일 경우 파격 할인 한다. 본인은 10박을 20만원에 했다.

참고만 하시길. 내가 이 글 쓴 것 때문에 정책 변화를 할 수도 있으니.


** 이거 홍보글 맞음. 단 돈이나 대가를 받고 쓴 홍보글 아님. 펜션에 가서 좋은 펜션지기를 만났고 열흘 동안 있으면서 괜찮은 펜션이라 생각해서 4개월이나 지난 지금 홍보글 쓰는 거임. 그러니 홍보글은 확실한데, 딴지 거는 사람은 좀 이해가 안됨. "내가 가서 경험해 보니 좋더라"라고 말하는 거 문제임?


※ 자신의 펜션을 경험하게 하고 싶은 분들은 메일이나 쪽지 주세요. 없는 것 있는 것처럼 쓰지는 못하지만 펜션지기도 발견하지 못한 펜션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야기하는 블로거가 있습니다. 찾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펜션인데 사람들이 몰라서 안타까워하고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2012년 2월 무료 컨설팅 안내

Posted 2012/02/03 12:53
2012년 2월 무료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새해가 시작하고 나서 좀 아팠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2월입니다. 새해 자신과 한 약속은 잘 지키고 계신가요? 고민과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료 컨설팅이라 하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대화하고 싶은 내용이 다소 막연하다면 먼저 이메일로 질문을 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번 이메일을 주고 받고 나면 주제가 좀 더 명확해지니까요. 


아래는 제가 경험했고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니 도움을 드리기 쉬울 것입니다. 꼭 아래 분야가 아니더라도 웹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은 언제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웹 서비스 제작 및 운영 전략 (SNS 마케팅 포함)
- 신규 비즈니스를 위한 웹 서비스 제작 방안
- 기존 제작/운영 중인 웹 서비스에 대한 평가
- 현행/신규 사업 계획 및 평가
- IT 관련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웹/모바일을 통해 사업 확장을 하려는 경우


1. 컨설팅 장소

제가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제가 있는 곳으로 찾아 오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저는 서울 반포동 근처에 있습니다. 만나는 장소는 제가 즐겨 찾는 카페가 될 것입니다. 가끔 아주머니들이 몰려오곤 하지만 대체로 조용하고 저렴한 곳이죠. 오실 때 2인분 커피 값 정도를 들고 오시면 좋을 것입니다. 

추가로 요구하는 비용은 없습니다 :-)


2. 컨설팅 시간과 예약

예약은 선착순으로 이뤄집니다. bluemoonkr@gmail.com 로 이메일을 보내시면 됩니다.
컨설팅 시간은 대개 2시간 정도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시간대는 오전 9시~12시입니다. 그러나 다른 시간대에 신청하셔도 무방합니다.

** 신청 가능한 날짜

2012년 2월 9일 ~ 10일
2012년 2월 13일 ~ 15일
2012년 2월 23일 ~ 29일


3. 사전 준비 사항

이메일로 시간 예약을 하신 후 다음 사항을 bluemoonkr@gmail.com 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 직접 연락이 가능한 연락처(휴대전화번호)를 알려 주십시오
   - 컨설팅 받고자 하는 주제를 알려 주세요
   - 현재 근무지 혹은 회사를 알려 주세요 (학생이나 무직인 경우 비워 두십시오)
   - 참석할 인원을 알려 주십시오 (최대 3명 이내로 제한할 것을 요청합니다)
   - 제가 참조할 수 있도록 컨설팅 참고 자료를 보내 주십시오.


주변에 제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으면 이 페이지를 소개해 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늘 새롭고 좋은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고 있습니다.

블루문의 책이 나왔어요

Posted 2011/12/19 12:02

그렇게 오랫동안 쓰지 못했던 책을 드디어 손에 쥐었습니다.

5년 만에 탈고한 책입니다. 제목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입니다.


그 동안 블로그나 언론사에 기고했던 글 중 회사 생활과 관련한 주제를 골라 다시 썼습니다.
몇 개월 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어 뒤짚어 엎고 다시 썼습니다.
일 많이 하고 사람들 많이 만날 때 몰랐는데 참 공격적이고 이기적으로 글을 썼더군요.
아마 예전 글을 다 모아서 책을 냈다면 결론이 이랬을 겁니다,

"그러니까 열받는 회사 오래 다니지 말고 창업해"


세상을 조금 더 살아 보니 참 어리석은 대답이 아닐 수 없더군요.
어떤 사람들에게 창업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저 또한 창업을 했었지만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고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성공적인 기업가로 남아 있다면 아마 책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할 일도 많은데 언제 책을 쓰고 있을까요.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고 몇 년 동안 침체기를 경험하며 비로소 책을 써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책을 써야, 내 삶은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지점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6개월 넘게 글을 쓰다 포기하고 또 글을 쓰고 또 포기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보니 글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회사 생활에 대한 기본 관점은 바뀌지 않았지만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 받고 싶었습니다.

'거봐,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는 없었어.'

글을 쓰면서 수백 번도 넘게 이렇게 중얼 거린 것 같습니다. 


이 책엔 회사 생활을 잘 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습니다.
대신 좀 덜 힘들게, 좀 덜 싸우며, 좀 덜 갈등하며 회사 생활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대신 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이야기하지 않고 왜 그런 상황이 도래하지는 말합니다.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제가 한 실수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순전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제 블로그를 방문하여 '읽어 준 사람들' 때문입니다. 2003년 네이버에서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을 때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자폭하는 심정으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도 그랬어", "힘내"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죠. 그렇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몇몇 언론에 칼럼을 싣기도 했고 강연도 다녔습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후 책을 냈는데 이번에도 글을 쓰며 그 때와 같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이 책에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들이 있습니다.
저는 과거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맹비난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회사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여전히 무능력하게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을 거둘 생각은 없지만
그 비판이 단지 자신의 경험 부족과 분노에 의한 것이라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모난 돌이 둥글게 변하는 이유는 세파에 깎이는 것보다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터파크에서 1천원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답니다.
구매시 로그온을 하셔야 한다고 하네요.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마케팅 대행과 빨래의 공통점

Posted 2011/12/08 10:51
과거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에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트위터, 페이스북이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스스로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칭 프로페셔널을 주장하는 SNS 마케팅 대행사에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빨래를 널어 달라고 부탁한 아내의 요구를 충실히 수행하다 둘의 공통점이 생각났다.


1. 특별하지는 않지만 알아야 할 기술이 있다

빨래를 잘하는 기술이 있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말로 설명해도 충분히 이해되는 가벼운 것들이다. 속옷과 겉옷을 같이 빨지 말아야 한다. 울 소재의 옷은 세탁기에 돌리다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어떤 옷은 차가운 물에 어떤 옷은 미지근한 물에 빨아야 한다. 색조가 있는 옷과 하얀 옷은 같이 빨지 않는다. 물론 이런 작은 기술이나 요령 없이 세탁기에 빨래를 몰아 넣고 돌려 버려도 된다. 대개는 그렇게 한다.

마케팅을 대행할 때 특별하지 않지만 가벼운 기술을 모른다면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쓴 짧은 트윗 하나가 브랜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색상의 옷을 한꺼번에 빨다가 모든 옷이 광대 옷으로 변해 버릴 수도 있다. 대행사는 규정된 것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니 세탁하는 작은 기술과 요령은 배우고 직접 지시해야 한다.


2. 제대로 널어야 한다

세탁기에서 건조까지 모두 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전기 요금도 문제지만 자연 건조가 훨씬 낫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비가 오는 장마철이나 급하게 말려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베란다나 빛이 잘 드는 곳에 넌다. 세탁물을 널 때 탈탈 털어서 남은 물기를 제거하고 구김살이 없게 널어야 한다. 바지는 거꾸로 널어 두면 건조 과정에서 구김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냥 구겨진 상태로 널면 다 마르고 난 후 다시 물을 뿌려서 다림질을 힘들게 해야 한다. 널 때 조금 고생을 하면 다림질을 해도 쉽고 어떤 옷은 그냥 입어도 된다.

마케팅 대행사가 SNS에 올리는 글은 고객사가 보낸 글을 조금 고친 것이다. 어떤 대행사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글을 쓴다. 대개의 경우 고객사가 승인한 내용을 그대로 올리거나 조금씩 나눠서 적절하게 올린다. 그러나 고객사가 원하는 것처럼 탈탈 털어서 모양을 제대로 잡아서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제대로 안 털고 올라간 글들이 많을수록 고객사가 나중에 감당해야 할 일도 많아 진다. 처음부터 제대로 널면 될텐데 대행사의 역량에 의존하다 모든 세탁물을 다시 힘들게 다림질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3. 빨래를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아파트 바깥에서 보면 베란다에 널린 다른 집의 빨래를 볼 수 있다. 작은 아이들 옷과 수건이 많이 널린 집을 보면 '아 저 집은 어린 아이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이불 빨래와 커튼이 널려 있는 집을 보면 '오늘 청소를 크게 하고 있구나'라고 짐작한다. 빨간색 브레지어와 팬티가 널려 있는 집을 보면 '남편이 널었군'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빨래를 보면서 그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어떤 사람이 사는 지 상상해 보는 건 나만 그런 걸까?

대행사가 올리는 글이든 고객사가 직접 올리는 글이든 그것이 해당 회사의 본질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객들은 충분히 상상을 할 수 있다. 새벽 2시에 올라 온 트윗의 글을 보고 상상하는 것과 오후 6시 이후엔 아무런 반응이 없는 트윗의 글을 통해 상상하는 것은 다르다. 별 반응도 없는 농담과 자기 칭찬으로 가득한 글을 보며 상상하는 것과 작지만 의미있는 회사 내부의 과제를 이야기하는 글을 보며 상상하는 것도 다르다. 널려 있는 빨래를 보고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한 것이다.



남은 빨래 마저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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