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개인 정보 침해를 이유로 작년 1월의 게시물을 비공개로 임의 수정했다. 아래는 네이버에서 비공개로 만든 포스트를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written : 2005-01-19

그러니까... 제일 기획이 연예인들 사생활이 궁금해서 이런 짓을 한 건 아니라고 본다. 제일 기획은 고객(광고주)에게 최적의 조건을 가진 연예인을 공급하기 위해 동서 리서치에게 이런 의뢰를 했을 것이다.

"이것봐, 연예인들 사생활을 좀 조사해봐. 이것들이 워낙 사고를 쳐대니 감당이 안되잖아."

그리하여 동서 리서치는 10여명의 연예계 통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고, 결국 "광고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장장 112페이지에 걸친 문건을 작성해서 보고를 드린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초 대외비인 이 문서가 아름다운 PDF 파일로 외부로 누출되어 버린 것이다.

이 문서의 내용들을 읽어 보니 대부분 알만한 그런 내용들이다. 스포츠 신문 몇 개 정기 구독하고, 마이클럽의 연예계 가쉽란을 1년 가량 통독하다보면 한번 쯤 들어 봤을 그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소문을 모아 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걸 조사 의뢰한 기관이 바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광고 회사인 "제일 기획"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면 소문이지만 제일 기획이 이야기하면 사실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동할만 하다. 동서 리서치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조사 기관인데 왜 연예인 뒷 얘기나 후비고 다녔는 지 모르겠다. 돈벌이가 궁하긴 궁했나 보다 싶다.

누구는 엄청난 소송이 벌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내 솔직한 심정은 "어디 O양 비디오만 하랴!"는 것이다. 이 문서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어떤 놈/년이 어떤 놈/년과 붙어 먹었더라" "성격이 정말 드럽더라" "평판이 굉장히 나쁘더라" 주로 이런 이야기다. 소위 '~카더라'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나머지는 그 소위 '10여 명의 사외 전문가'들이 떠들어 댄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정말 좃된 것은 바로 그 10여 명의 사외 전문가다. 이 들이 돈을 받고 떠들어 댄 것인 지 아니면 그냥 술 한잔 얻어 먹으면서 떠들어 댄 것인 지 알 수 없지만, 이 문건에는 그들이 이름과 소속이 정확히 나와 있다.

이 10명 중 7명은 스포츠지 기자들이다. 스포츠 찌라시 기자들이야 연예인들에게 고소 당하면 그걸 역으로 우려 먹는 인간들이니 그러려니 한다. 이들은 여전히 밥벌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 뉴스 기자가 한 명 끼어 있는데 뭐 이 친구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남은 2명이다. TV에 연예 전문 리포터로 KBS와 SBS 연예 기사 프로그램의 얼굴 마담 격인 2명을 우리가 앞으로 TV에서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된 이상, 이들이 앞으로도 연예인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지는 더욱 의문이다. 조영구, 김생민 엿된 것이다.

연예인 100여 명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기록한 이들의 행동을 감히 '만행'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인격 모독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만약 내가 수십 억원을 쏟아 부어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데, 그 연예인이 스캔들의 달인이고 마약 중독자에다 맨날 여자들 두들겨 패는 작자라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몇 천만원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위험 요소를 막고 싶을 것이다. 단지 그것이 바깥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임명직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사돈의 팔촌의 월 평균 급여가 얼마이며 자동차 구입 경위가 어떻게 되고 설날에 받은 선물이 무엇인지도 다 밝혀야 한다. 그걸 청문회라는 공간에서 전 국민들에게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건 공개적인 사생활정보 유출 아닌가? 나 같으면 더러워서 공무원 안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청백리를 뽑으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거 잘못된 생각이다. 세무조사해서 문제 없으면 되는 거지, 그 사람의 사생활까지 공적인 자리에서 거들먹거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X-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 의한 것이다. 적절한 수준까지 조사했으면 그만이다. 그 정도의 조사는 연예인의 상품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한 명이나 두 명 정도에 대해 알아 봤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무슨 연예 기획사를 차릴 작정이 아닌 바에야 100명이 넘는 연예인에 대한 소문을 긁어 모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은 임명직 고위 공직자를 청문하는 자리에서 "당신 처제가 명품에 환장했다며?"라고 묻는 무식한 정치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현재 위치 / 비전 / 매력 재능" 이 정도만 조사했으면 되었을텐데, 거기에 "자기 관리" 그것도 모자라 "소문"까지 조사를 했다. 스포츠 찌라시에나 나올 법한 온갖 거지같은 소문을 다 긁어 모아 전혀 객관성과는 관계없는 문장으로 나열했다. 도를 지나쳤고, 그 지나침이 바깥으로 노출되었으니 엿된 것이다. 연예인에 대한 상품성 평가를 위한 공정한 정보 수집이 아닌 연예인 후장 후비기가 되었으니 그 대가는 톡톡히 치뤄야 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짱인 '문근영'양은 평가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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