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uacu Blog
 
시사투나잇, 지못미...
Iguacu ONLY | 2008/10/11 04:27
 YTN 지못미.. 요즘 주변 사람들이 YTN을 보며 하는 이야기다. '지못미'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의 온라인 속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 선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여러 번 '지못미'를 외치고 있다. 어제 방영 5주년, 1천 회를 맞은 KBS <시사투나잇>도 오래지 않아 '지못미'를 외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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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어느 날 늦은 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 <시사투나잇>을 보게 되었다. 그 날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난 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 프로그램, 이명박이 그냥 내버려 둘까?"

나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시사투나잇>의 열렬한 애청자는 아니었다. 가끔 뉴스를 보지 못한 날 늦은 밤에 보곤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그 날의 감정은 좀 남달랐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난 이후 많은 변화가 예측되던 시점이었고 하필이면 그 날 <시사투나잇>은 매우 비판적으로 정권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사투나잇>이 왜 이런 예민한 시점에 저런 이야기를 하는 지 궁금했고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용.감.하.다'고 자평했다.

몇 개월 후 KBS는 정연주 사장 해임건으로 복잡한 상황에 처했고 마침 그 때 촛불 집회 정국이 도래했다. 우리는 다시 매우 늦은 시각에 <시사투나잇>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KBS와 별 관계 없는 외주 제작사처럼 KBS 사태를 보도하고 있었다. 우리는 또 한 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 뭘 믿고 이러지?"


2008년 10월 10일

이 날은 <시사투나잇>이 방영된 지 5년이 되는 날이고 또한 1천 회의 방영을 기념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이 날 조촐한 기념회가 있었다. 몇몇 미디어 블로거가 이 자리에 참석했고 블로그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려 왔다. 한 호프집을 빌려서 행사를 한 것 같다. 행사에서 작은 공연이 있었던 것 같다. 블로그의 소식에 의하면 <시사투나잇>의 젊은 PD들이 준비한 공연이라고 한다. 음향 시설도 없이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데 참 낯익은 노래였다. 한참 듣다 비로소 이 노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1996년 서총련(서울지역대학 총학생회 연합) 노래패인 '조국과 청춘'의 5집 중 '우리는 청춘'이라는 노래였다. 아마도 이 노래를 부른 PD들은 그 시절 대학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테니 30대 초반이나 그보다 어린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이 노래를 힘차게 그리고 밝게 불렀고 <시사투나잇>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웃음과 박수로 격려를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노래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1996년 대학 축제 공연에서 노래를 선곡할 일이 있었는데 이 노래를 추천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유약하다고 하며 선곡을 취소했다. 발라드도 아니고 락도 아닌 것이 애매하다는 이유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시사투나잇> PD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나는 감동했다.

나는 <시사투나잇> PD들이 왜 이 노래를 선곡했는 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노래를 듣던 내 또래의 사람들과 그 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노래의 후반부에서 감동 어린 표정이 되었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왜냐면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기 때문이다,

".... (전략)

세상은 내게 무릎 꿇라 하지만
난 너를 바꿔야겠어
이 길에 내가 상처입는다해도
결코 멈출거라고 생각하지마

손을 잡고 함께 싸워가면
더 아름다운 미래가 있어
비록 우리 작은 힘이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어
우리의 청춘을 걸고..."

노래를 한 사람으로써 나는 왜 그들이 이 노래를 선택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사투나잇>은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먼저 폐지될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5년 동안 만들어 왔던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은 '세상이 내게 무릎 꿇라 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시사투나잇>을 만드는 사람들은 오히려 '난 너를 바꾸야겠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비록 그것이 힘들겠지만 <시사투나잇>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청춘을 걸고' 말이다.

<시사투나잇>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게 청춘을 걸만한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그 노래에 화답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그들이 '우리는 청춘'이라는 노랫말처럼 살고 싶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사투나잇, 지못미...

어느날 KBS2 채널을 늦은 밤 틀어 보니 <시사투나잇>이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지못미...라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 중 하나는 바른 생각으로 저널리스트의 양심으로 세상을 비판하는 것이다. <시사투나잇>이 만약 정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면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시사투나잇>은 정권의 이익과 관계없이 비판할 것을 비판하고 고쳐야 할 것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시사투나잇>은 노무현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똑같은 이유로 <시사투나잇>은 이명박 정권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 만약 이명박 정권 혹은 그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해 <시사투나잇>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한국 저널리즘에 대한 공격이다. 청춘을 믿고 동조하며 한국을 한국답게 만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테러다.

<시사투나잇>은 KBS의 공기다. <시사투나잇>은 저널리즘의 본질을 보여주는 늦은 밤의 맑은 소리다. "시사투나잇 지못미..."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YTN 지못미... 정도로 충분하다. 정권 하나 바뀌었다고 오랫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보아 온 프로그램이 제거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10년, 20년, 30년 이상 계속되는 철저히 저널리즘에 기초한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것인가?


자신의 '청춘을 걸고' 이 프로그램을 지키려는 젊은 PD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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