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uacu Blog
 
웹 2.0 컨퍼런스, 그 쓸쓸함에 대하여
Memo | 2008/03/11 04:05
지난 2006년 이맘 때 <웹 2.0>에 대한 논의가 IT 업계를 광풍에 휩싸이게 했을 때 컨퍼런스 하나가 열렸다. 원래 하루로 예정되어 있던 컨퍼런스는 너무나 많은 참석자 때문에 초유의 '앵콜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이틀에 걸쳐 똑같은 내용의 컨퍼런스를 하게 되었다. 바로 비즈델리의 <웹 2.0 컨퍼런스>가 그것이다.



아직도 기억하는데 당시 비즈델리 대표이사께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박 축하드립니다~ 아주 좋겠어요?" 뭐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웹 2.0에 대한 논의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당연히 내게 그런 컨퍼런스 초대가 왔더라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 이후 웹 2.0과 관련한 몇몇 컨퍼런스에서 초대를 한 적이 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왜냐면 웹 2.0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것이었고 그런 이야기를 바라는 청중에게 내가 할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지만 당시 웹 2.0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곤 "넌 뭐가 그리 잘나서..."라는 비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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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메일이 왔다. 2008년 웹 2.0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  2월 컨퍼런스도 거의 1년 반만에 온 연락이었는데, 연이어 또 연락이 오길래 '요즘 발표자 구하기 힘드나?' 생각도 했다. 맨날 나왔던 사람들 나와서 발표하니까 좀 지겨워서 나를 부르나...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2년 전 이 시점에서 나는 웹 2.0 컨퍼런스에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논의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다. 지금도 내 블로그에서 "웹 2.0"으로 검색해보면 과거에 썼던 비판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2년 전 웹 2.0에 대한 논의를 비판하고 있을 때 홀로 느꼈던 쓸쓸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웹 2.0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심지어 요즘은 웹 2.0이 도대체 뭐냐고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다. 2년 전 생각을 한다면 이런 짜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엔 웹 2.0에 대해 떠들지 못하면 바보 취급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다들 멋도 모르면서 웹 2.0을 이야기하고 컨퍼런스에 가 있으면 뭔가 그 분위기 속에 있는 듯한 그런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순식간에 변해 버린 웹 2.0에 대한 대중의 관점 속에서 웹 2.0에 대한 신드롬이 시들해진 요즘 - 그러니까 3주 전이다 - , 내게 웹 2.0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웹 2.0 신드롬에 대해 비판했던 내게 말이다. 그것도 80분 동안 발표하란다. 남들은 전부 40분 아니면 50분인데, 3일 동안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 나만 유난히 80분이다. 못 믿겠으면 일정표 보면 된다.

그래서 물어 봤다, 왜 나만 시간이 유난히 많냐고. 그냥 주제가 광범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뭐... 좀 석연치 않지만... 그렇다니 믿을 밖에 (사실 지금도 시간 땜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발표를 하기로 했다. 지난 시간 동안 변한 것이 있고, 사람들도 웹 2.0에 대한 일방적 찬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주 고민하다 내가 발표하기로 한 주제는 아래와 같다. 이 주제는 주최 측에서 정해 준 것이다. 세부적인 주제는 내가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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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보는 순간 왜 80분의 시간을 준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 분야별 웹 2.0 서비스 총 분석 및 향후 전망"이라니... 분야를 총 분석하고나서 전망까지 하라는 말이다. 이건 한국 경제의 분야별 총 분석 및 전망을 80분 안에 하라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말까 한 주제다. 아... 그렇다, 이런 주제라서 내게 맡겼구나.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우울했다. 역시 땜빵 인생...


이 주제에 대하여 강연을 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 이 주일 정도 주제에 대해 고민만 했다. 자료를 찾거나 글을 쓰는 것은 없었다. 사실 그런 자료를 찾을 필요도 없고 글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맨날 하는 일이 그것인데 뭐 따로 일을 할 필요가 있나. 다만 이 주제를 80분 동안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위 이미지에서 보이듯 세부 항목을 정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의 웹 2.0 서비스를 분야별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대체 그 '분야'라는 게 뭔가? 물론 나는 강연에서 커머스, 커뮤니티, 콘텐츠와 같은 분야를 정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분야'인가? 어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가 빠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분야를 정했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있었다. 국내의 모든 웹 2.0 서비스를 내가 알 수도 없고 알 방법도 없다. 그래서 내 강연의 첫 이야기는 웹 2.0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분류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내 강연의 첫 주제는 이렇게 정해졌다.
 
1. 웹 2.0 서비스의 적용 구분
(웹 2.0의 서비스 적용 사례를 웹 플랫폼 업데이트와 독립 서비스로 구분 해설)
  • 웹 플랫폼의 일부로써 웹 2.0 서비스 적용 사례
  • 독립 서비스로써 웹 2.0 서비스 적용 사례
  • 지난 3년 간 웹 2.0 서비스에 대해 분석했을 때 어떤 것은 웹 2.0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현재 존재하는 서비스의 업데이트 개념으로 구현했다. 반면 어떤 웹 2.0은 독립적인 웹 사이트로 구현되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웹 2.0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가치나 변화가 어떤 곳에서는 궁극적인 사업 변화가 아니라 일부 웹 서비스의 개편이나 업데이트(포털이 대표적이다)로 구현되었다. 반면 또 다른 도전자들은 웹 2.0이라는 이름을 내 걸고 전면적으로 혁신적인 웹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소위 웹 2.0 서비스라는 웹 사이트 또한 80% 이상은 기존에 존재하는 웹 사이트와 별로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혁신은 완벽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단지 20%만 새로웠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하려는 첫번째 주제다.

    이 이야기 즉, 웹 2.0을 구현한 웹 서비스 또한 80%는 기존 웹 서비스와 다를 바 전혀 없다는 이 이야기를 하는데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내 속에 갇혀 있던 많은 이야기가 이 첫번째 주제를 통해 흘러 나온다. 왜 웹 2.0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들어 댔던가. 아니, 왜 그런 인간들이 떠들어 대도록 가만 내버려 뒀던가, 당신들은? 왜? 그리고 이제와서 현실적 문제를 언급하며 다시 웹 2.0을 떠들어 대는가? 당신들은? 왜?


    결국,
    나는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 웹 2.0이 어쩌구, 팀 오라일리가 떠들어댄 이야기를 분석하는 멍청이들의 이야기에 호응할 때, 성공한 웹 2.0 기업의 사례가 어쩌구 이야기할 때 결국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고 수천번도 넘게 이야기했지만 그걸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결국 이런 이야기 - 이제 뭘 해야하죠? - 를 물어 볼 줄 알았다.


    아마 이 컨퍼런스는 내게 그 이야기를 하라는 자리같다. 내가 겪었던 웹 2.0에 대한 화려했던 시절의 그 '멍청한 판단들'과 그 판단을 믿고 웹 사이트를 만들었던 또 다른 '멍청한 판단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에는 제대로 그 길을 찾아갔던 사람들도 있다. 음... 그래도 멍청한 선택보다는 좋은 이야기 더 해야 하는 자리니까 아마 그럴 것이다.

    3월 14일 오전에 잠도 덜 깬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

    "한국의 웹 2.0 서비스, 그 진실 혹은 구차함에 대하여"


    ps : 지난번처럼 강의 후에 강의 내용은 공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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