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어떤 결심을 하려는 사람에게 빨리, 정확히 결심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웹 기획자는 웹과 관련한 어떤 일에 대해 그런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웹 기획자는 매우 흔하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대리, 우리 회사가 미니 블로그를 만들면 어떨까?"
어떤 의도로 누가 이런 질문을 했든 관계없이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웹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면 이 질문은 이런 구체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회사에서 웹에 대해 그나마 식견이 있는)이대리, 우리 회사가 (당신도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만) 미니 블로그 (트위터나 미투데이나 플레이톡 같은 것 말야, 나도 그건 봤거든)를 만들면 (뭐 만들지 안 만들지 나도 아직은 모르지만 일단 만든다고 상상을 해 봐, 상상하는 게 당신 일이잖아) 어떨까? (대답 잘하라고, 안된다 된다는 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야,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거든. 당신이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외에 다른 어떤 정보가 있는 지 알고 싶은 거야)."
괄호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 대개 저런 질문은 바로 위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대충 대답했다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보다 더 심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웹 기획자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미니 블로그는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궁금한 게 어떤 부분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장 혹은 직장 상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이 지점에서 웹 기획자가 그런 질문을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필요는 없다. 물론 더 줄 정보가 있다는 가정에서 하는 이야기다.
간혹 어떤 질문은 마치 판단을 위한 최종 질문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착각 때문에 회사 생활을 하거나 컨설팅을 하며 수많은 실수를 거듭했다. 사람들은 내게 질문할 때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무엇을 할 것처럼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좀 더 현명했다면 질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기 전에 다시 질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었던 나는 다시 질문하는 대신 대답을 하려고 했고 그 때문에 과도한 정보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당시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질문을 한다".
당신이 만약 회사에서 큰 영향력이 없고 - 그렇다고 역량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영향력은 능력과 별 관계가 없기 마련이다 - 그렇다고 상사와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상사가 "이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때?"라고 물어 본다면 그건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미다. 이럴 때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그냥 다시 질문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된다. 만약 당신이 웹 기획자로서 평소 공부했던 것을 그 앞에서 풀어 놓는다면 오히려 당신이 하는 일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정보는 판단을 하기 위한 가능성을 더 많이 생성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판단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을 믿어야 하지만 사람이 하는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왜냐면 언어는 뜻을 전달하고 의지를 상징할 뿐, 의지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의지의 구체적인 형태는 행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사람의 말을 믿어서는 안되고 사람의 행동을 믿어야 한다. 웹 기획자에게 오늘도 쏟아지는 평범한 질문에 대해 웹 기획자가 항상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