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과 스트레스

Posted 2007/05/23 02:57

지난 9개월 간 한 프로젝트에 온 정성을 다 하다보니 내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지난 주부터 몸이 이상하게 반응하고 있다. 엄청 피곤한 상황에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고 특정 근육이 뭉쳐서 풀리지 않거나 시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병원도 다녀 왔지만 아마도 이유는 긴장의 지속이 아니었나 싶다. 탱탱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보면 탄력이 약해지고 그 결과 과거와 달리 쉽게 끊어지는 지점이 생긴다.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나는 돈 받고 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을 맡든 금액이 얼마든 회사의 규모가 어떻든 관계없이 일단 계약을 하면 내 인생의 일부를 바친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5백만원을 받든 5억을 받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일을 하기로 계약을 했으면 나는 계약 기간 동안 내 인생을 모두 바친다. 이 원칙은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내가 받는 급여의 수준이 얼마든 관계 있는 것은 계약 전의 단계였다. 계약을 하면 나는 내 인생을 계약 기간 동안 빠짐없이 투자했다. 일전에 어떤 컨설팅 업체에 다니는 사람이 내 이런 태도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심지어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하는 건 능력의 부족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나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나는 계약 금액의 크기를 떠나 계약이 시작되면 내 인생을 파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현명하지 못한 컨설턴트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컨설턴트는 아니었고 정직하지 않은 컨설턴트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 자부심 때문에 열악한 상황과 부족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개월 간 내 스트레스는 긴장감이 과도하여 지금 육체의 한계를 끊어 버리려 하고 있다. 스스로 위험을 느낄 정도로 과도하게 긴장했고 과도하게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혼자 발광했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계약 기간 동안 고객이 원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이리 저리 둘러 봐도 내가 게으름을 피운 적은 없다. 반성할 것이 있다면 내가 고민한 것만큼 고객이 고민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정도다. 이건 정말 내 능력의 한계다.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한 사람에게 조언을 해 주는 것과 꽤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결정은 한 사람이 할 지 모르지만 그 결과를 경험하는 사람은 수 백명 혹은 수천만 명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이라면 스트레스는 필수다. 한 사람을 만족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다들 아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현실화하기 힘든 것일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트레스를 태연하게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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