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 제도와 업무 위임

Posted 2007/05/18 10:41
핵심 업무만 빼고 모든 것을 위임하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업무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를 위임하는 것만큼 무모하고 위험한 일은 없다.



나는 특정한 업무 분야에서 강력한 도제 제도(apprenticeship system)를 선호한다. 간혹 도제 제도는 자율적 경영과 대립되는 것으로 오인되곤 한다. 그러나 도제 제도는 핵심 업무 위임의 경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력 풀(pool)에서 자유 경쟁에 의해 최우수 인력을 선발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업무는 업무 위임 이상의 인간적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본 경영 방침은 자율 경영이더라도 특정 분야에서는 강력한 도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컨설팅 회사는 개별 컨설턴트에게 많은 자율권을 주는 편이다.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컨설팅 회사에서 개별 인원이 스스로 판단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면 업무 효율이 매우 낮게 되고 회사의 이익이 극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반면 의사 결정권을 적절히 위임할 경우 인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것은 곧장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컨설팅 회사는 대부분 강력한 도제 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MBA를 나왔거나 좋은 학벌을 갖고 있다고 하여 의사 결정권을 위임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경력이 우수하더라도 컨설팅 회사의 기본 방침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경우에 적용시키기 위해 도제 제도에 의한 학습을 받아야 한다.

도제 제도의 기간은 회사와 업무, 직책에 따라 다르다. 주니어 컨설턴트로 컨설팅 회사에 들어 왔다면 최소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주니어 컨설턴트는 3년 이내에 컨설턴트로 승급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퇴출 된다. 주니어 컨설턴트는 낮은 급여를 받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회사는 주니어 컨설턴트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니어 컨설턴트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은 컨설팅을 배우기 위해 회사에 취업한 사람을 솎아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을 배우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회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도제 제도 하에서 주니어 컨설턴트는 가장 빠른 기간 내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 승진해야 한다.

도제 제도에 따른 기간 동안 훌륭한 성취 사례를 보일 경우 회사는 많은 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도제 기간 동안 회사는 단지 업무적 능력만 전수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인간적 품위와 철학, 가치관, 사회적 태도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 평가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업무 위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컨설턴트는 회사 대표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간혹 도제 제도를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해당 업무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도제 제도를 강제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 직접 투입되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도제 제도는 업무 위임을 위한 한 수단이며 충분히 고려할만한 수단 중 하나다. 막연히 자율 경영과 업무 위임을 부르짖는 경영자라면 특히 도제 제도를 숙고해야 한다. 왜냐면 자율 경영과 업무 위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많은 회사의 실질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영자 자신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의 진실이 그러하다면 대안은 자율 경영이나 업무 위임보다 보다 강력한 도제 제도의 적용일 수 있다. 도제 제도는 스승으로서 경영자의 실질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충분히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도제 제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일하지 않고 뭔가 지시만 하려는 도제 제도는 막연한 자율 경영과 업무 위임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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