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자가 존경하는 사람

Posted 2007/05/14 03:34
내가 누군가를 존경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도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


오래 전 신규 사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훌륭한 인사이트가 담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감동하여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자기 생각이 아니라 피터 드러커가 한 이야기라고 하였다. 경영학에 대해 무지한 시절이라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만 어쨌든 그런 훌륭한 이야기를 외우고 있는 당신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칭찬했고 격려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고 그 날은 아무런 대꾸없이 그 사람의 피터 드러커에 대한 예찬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일(웹 서비스 컨설팅)을 하기 전에 최초엔 웹 마스터라 불리는 일을 했고 한 동안 웹과 관련한 신규 사업 기획을 했다. 그 시절에 내가 존경했던 사람들은 사실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회사나 어떤 이론이나 어떤 알고리즘이었다. 프로그래밍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과 코드와 웹 서비스를 분석하는 것은 마치 거대한 교향곡의 악보를 보며 음악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악보 자체가 음악이 아니듯 알고리즘과 코드와 웹 서비스 또한 그것 자체로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걸 실행했을 때 비로소 음악이 된다. 매우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런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 언어를 통해 무한한 산출물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를 존경하게 되었다. 또 시간이 지나서 웹이 세계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요한 미디어 중 하나가 되자 데이터를 만들어 내도록 추동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결국 웹 서비스 기획자의 길을 가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이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는 동안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어떻게 하나하나 기억하겠는가. 분명한 것은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쓰든, 어떤 웹 사이트를 방문하든 분명 그것을 만든 어떤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혜택을 받았고 어떤 경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웹 기획자가 존경해야 할 사람이 반드시 웹 기획을 잘 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누구를 존경하는 가라는 질문이 어떤 웹 서비스 기획자를 존경하는지 물어 보는 것이 아니라면 대답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까지 수 백 가지로 해석되는 음악을 창조한 바흐를 가장 존경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알려 준 칼 마르크스를 존경하고 바른 글 좋은 글 쓰라고 알려 준 이오덕 선생을 존경한다. 또한 내가 만드는 웹 서비스를 제작하는 프로그래머를 존경하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 넣는 디자이너를 존경하고 다시 그것을 판매하는 마케터를 존경한다. 웹 기획자는 그들의 도움 없이 어떤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

존경은 자존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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