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포털을 쏘다

Posted 2006/09/23 02:52
며칠 전 포털에 대한 한나라당 무슨 연구소의 보고서 때문에 말이 많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청문회에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편집 팀장을 호출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신문사와 공중파가 주요 이슈로 이 사건을 다뤘고 네이버측도 가만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던 지 공식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물론 블로거들도 이런 저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것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데 이미 며칠 전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의 간담회 초청을 거절하며 내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초반 몇몇 언론사들과 이익 집단이 포털의 의제 설정 기능에 대해 비판할 때 나는 이전 포털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달리 포털의 입장에서 이들을 변호했다. 그 이후 포털 근무자들을 만날 때나 언론사닷컴 근무자 혹은 기자들을 만날 때 포털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포털과 언론사닷컴이 대립하는 것보다 양자가 상생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털 종사자들에게는 포털의 수익성 위주의 운영 방침은 언론사닷컴의 아이덴터티를 무참하게 짓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 언론사의 존재 문제임을 명확히 인지하라고 충고했다. 반면 언론사 종사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자존심을 세우지 말라고 말했다. 시장(market)의 법칙은 냉혹하며 그것을 얄팍한 저널리스트의 자존심으로 이기려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수 많은 적과 동지를 함께 만들었다. 사실 동지는 누군지 잘 모르겠고 적은 누군지 분명히 안다. 언론사 종사자들 중 나와 이런 대화를 했던 사람들 혹은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적이 된 것으로 안다. 시쳇말로, "블루문 저 놈 포털 비판해서 예쁘게 봤더니 이젠 우리에게 충고를 해? 건방진 놈" 뭐 이런 이야기를 흔히 들었다. 소위 '블로거'들로부터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블루문 저 놈 포털 비판해서 좀 찾아 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포털 똥구멍 빨아 먹으며 이익 챙기려 드는군." 심지어 내가 포털과 무슨 컨설팅 계약이라도 땄냐는 비아냥 거림도 있었다. 포털 종사자들 가운데 포털의 언론화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내 자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양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포털과 언론사의 이해 관계에 대한 내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포털의 언론으로서 역할과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 책임을 묻고 법률적 제한을 가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1990년대 후반 국내 포털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변화를 지켜 보며 그들의 자정 능력을 보아왔다. 어떤 자정 능력의 예제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검색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 많은 예제를 하나 하나 예시할 정도로 내 시간이 남아 돌지 않는다. 나는 포털의 그런 자정 능력을 신뢰했기에 그 동안 포털을 비판해 왔다. 자정 능력이 없는 존재였다면 포털을 비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언제 한나라당 비판하는 것 봤나?

비판은 비판이고 지지는 지지다. 비판적 지지?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버나 다음이 CP(Content Provider)와 맺은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여전히 욕을 퍼 붓는다. 아니라고 하지만 클릭율 높은 가십성 기사를 메인 페이지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욕을 퍼 붓는다.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것에는 둔하고 자기들 이익에는 재빠른 운영 방침에도 욕을 퍼 붓는다. 아닌 건 아니다.

그러나 알바 써서 메인 페이지 기사 선정한다는 헛소문을 진실인 듯 이야기하거나, 포털이 광고 이익에 눈이 멀어 선정성 기사만 주요 섹션에 배치한다거나, 조/중/동의 기사는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현 정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언론사의 기사만 배치한다는 주장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내가 아는 주요 포털 뉴스팀은 야근과 철야를 불사하며 언론사에서 보내오는 뉴스를 편집하고 사용자의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그들 중 일부는 기존 언론사 출신이고 또한 그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소위 저널리스트라고 기자라고 명함에 박고 다니는 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한다. 솔직히 요즘 기자 나부랭이들이 쓰는 기사의 수준을 보라. 웬만한 블로거들의 냉철한 시선보다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오죽했으면 "요즘 기자는 랜덤으로 뽑는 가 보다"라는 냉소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겠나.

포털의 언론화에 대해 정말 비난하고 싶다면 그 회사에 직접 찾아가서 며칠 상주하며 어떻게 뉴스를 선정하고 어떻게 편집팀을 운영하고 어떻게 포털 사용자들과 대화하는 지 직접 지켜볼 것을 권한다. 내가 알기로 이번에 포털의 언론화에 대해 비난을 퍼 부은 한나라당 모 연구소의 소위 "보고서"라는 것도 실제 조사가 아니라 웹 사이트에 나온 화면 결과만 보고 추론한 것이다. 현실에 대한 이해와 사실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화면만 보고 자기 이익대로 재해석하고 비난을 퍼 붓는 것이다.

끝으로 정말 말하기 싫은 이야기 하나.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이런 짓 좀 그만해라. 투표율 떨어지는 소리 벌써부터 들린다.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라리 5공이 나았다'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29만 원 줄테니까 깡패 시절 그립다는 소리 좀 안 나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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