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다섯명의 아이가 있네.


한명의 아이가 같이 놀자 하네.

여섯명의 아이가 되었네.


즐거운 여섯명의 아이가 있네.

한 아이가 말하네,


"여섯은 많고 하나가 좋지 않다."


한명의 아이를 몰아 냈네.


다섯명의 아이가 한명의 아이를 찾아갔네.

다섯명의 아이가 한명의 아이에게 말했네,


"왜 사과하지 않니?"


한명의 아이가 사과를 했네.


다섯명의 아이가 한명의 아이에게 말했네,


"왜 사과하지 않니?"


한명의 아이가 또 사과했네.


다섯명의 아이가 한명의 아이에게 말했네,


"넌 사과를 할 줄 모르는구나."


다섯명의 아이와 한명의 아이가 있네. 

하나가 죽으면 새로운 친구를 맞이할 수 있네.

여섯명 되야 다시 놀이를 시작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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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게 좋으니, 엄마와 함께 사는 게 좋으니. 말도 안되는 질문을 딸에게 했을 때 무슨 답이 나올 지 뻔했다. 한전의 본사 이전과 함께 나도 딸도 나주 빛가람으로 이사를 했다. 돈도 많이 벌어보고 명예도 크게 얻어봤지만 결국 가족과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행복했다. 어린 딸도 벌써 그걸 알고 있었기에 가족이 빛가람으로 내려오는데 별 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 커다란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어느 때보다 화목한 순간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내는 광주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고, 아이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으며 나는 지병이 악화되어 큰 병원을 찾으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가 서울 반포동보다 더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이 글은 내 딸이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빛가람 중학교에서 겪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에 대한 감상적 소회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읽고 싶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역순으로 찬찬히 읽어보면 된다.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kickthebaby&categoryNo=52&from=postList&parentCategoryNo=52



내가 겪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극히 일부를 정리했다. 그리고 아래 글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알아 낸 후 쓴 글이다. 부디 이 글이 빛가람 혁신도시로 옮겨와 살려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그걸 숨기려 하는 노력은 모든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상처를 드러내고 자생할 수 있도록 버텨야 한다. 다 아물 때까지 힘들고 보기 싫겠지만 그래야 재발없이 제대로 아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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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거실에서 딸과 함께 지난 한달 간 했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이 사건에 대해 말하기. 정신과 치료와 별개로 아이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버지로서 내가 몰랐던 부분을 깨닫기 위해 매일 저녁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딸이 학급 친구들과 만났던 3월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5년 3월 딸은 새학교, 새친구들을 만났던 순간을 기억했다. 키가 큰 아이와 처음 친해졌고 그 아이의 친구 그리고 또 다른 두명의 아이와 친해졌다. 그저 노는 게 좋았던 딸은 독수리오형제처럼 돌아다니며 놀았다. 키가 큰 아이는 빛가람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아버지가 아내와 같은 한전 직원이다. 또 다른 아이는 광주에서 왔다고 하고 그 아이와 함께 있던 아이는 내향적이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고 한다. 다섯 아이들은 주변에 아무런 위락시설이나 사설학원조차 없었기에 자주 우리 집에 놀러오곤 했다. 한번은 우리집에 오고 또 한번은 광주에 왔다는 아이 집에서 놀았다고 한다. 


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모이기로 했다 취소된 모임에 그 내향적인 모습의 아이는 자신이 초대되지 않았다 오해하여 다른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도 떨어져 앉았고 같이 가자는데 멀리 떨어져 걷곤 했다고 한다. 딸은 그 아이에게 문자를 보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네가 날 따돌리고 있잖아"라는 답신을 받았다.


깜짝 놀란 딸은 이런 이야기를 네명의 아이에게 했는데 키 큰 아이가 말하길 "걔는 정말 우리 무리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딸은 생각했다, '우리가 왜 무리지? 왜 우리 무리라는 표현을 쓰지?' 나는 딸의 말을 끊고 물었다.


"넌 그 모임을 만든 사람 아니냐?"

"무슨 모임요? 그냥 제가 애들 연락해서 같이 놀자고 한건데요?"

"키 큰 아이가 '우리 무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이상했어요. 왜 우리가 무리죠? 그냥 수업 끝나면 노는건데..."

"그럼 그 모임의 우두머리는 대체 누구냐?"

"몰라요. 우두머리가 있어야 해요?"


내가 딸을 낳았는데 히피였나보다. 딸은 무리집단의 특성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후 그 아이는 다시 무리에 들어왔다. 누군가 그 아이와 함께 다니는 걸 허락한 것 같았다. 딸은 그 아이가 멀어진 이유도 다시 같이 다닌 이유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교실에 새로운 전학생이 들어왔다. 무리는 이 아이를 받아들였고 다섯명의 무리는 여섯명이 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어느 날 딸이 무리로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두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렇게 딸에 대한 따돌림이 시작되었다.


다섯명의 무리는 딸을 따돌리며 "사과하라" 놀이를 시작했다. 딸은 어제까지 같이 즐겁게 놀던 아이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멀리하고 피하는 모습에 당황해서 이유없는 사과를 했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점점 더 심해졌다. 팔짱을 끼지 말라, 반지를 끼지 말라, 머리를 숙이지 말라, 급식실에서 같이 앉지 말라는 요구와 상시적인 언어 폭력이 이어졌다. 한달 넘게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팸' (패밀리의 약자, 청소년들의 폐쇄적 소규모 그룹)의 따돌림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첫번째 따돌림 대상이었던 내성적인 아이는 실험 대상이었다. 그 아이는 먼저 말을 건 내 딸이 그 그룹의 리더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딸이 자신을 따돌렸다 생각했다. 그런데 첫번째 따돌림 놀이의 술래는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따돌림 대상이 된 아이는 아무런 반응없이 혼자 다녔고 크게 상심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2주일이 지나지 않아 따돌림 놀이는 끝났다. 이 술래는 재미가 별로 없다. 


첫번째 따돌림 놀이가 끝나자 곧장 두번째 술래를 정했다. 그저 같이 노는 게 좋아서 친구들을 모았던 딸이 바로 다음 대상이었다. 딸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따돌림에 크게 당황했다. 팸은 그런 딸의 반응에 큰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첫번째 술래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너무 빨리 고개를 숙이고 아무 반응없이 침울해 있었기에 재미가 없었다. 반면 딸은 크게 놀라고 상심하여 팸의 사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팸은 좀 더 높은 요구도 들어줄지 궁금했던 것 같다. 팸의 한 아이가 딸이 좋아하던 반지를 끼지 말라고 요구했다. 딸은 다음 날 반지를 끼지 않고 등교했다. 팸의 또 다른 아이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딸은 다음날부터 팔짱을 끼지 않았고 자기도 모르게 팔짱을 끼게 되면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이런 딸의 반응에 점점 흥미를 느낀 팸은 좀더 노골적이며 학교 대중에게 드러나는 따돌림과 공개적 모욕행위를 시작한다. 팸은 급식실에서 딸이 앉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급식실의 다른 반 학생들이 모두 들리게 말했다, "아 짜증나 정말!" 딸은 밥 한술 뜨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팸은 수업이 끝난 저녁이면 빈 교실로 딸을 불러 오늘의 미안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딸을 무조건 사과했다. 팸은 말했다,


"넌 아직 우리가 화난 이유를 모른다. 너는 사과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일이 한달 간 반복되었다. 그 와중에 팸에 속해있다 첫번째 따돌림 놀이의 술래가 되었던 아이가 가장 열심히 딸을 불러내고 딸에게 팸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딸은 이것이 팸의 따돌림 놀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끝없이 용서를 빌었다. 다섯명의 이유없는 사과요구에 반발하거나 의심하기는 커녕 자신을 탓했고 급기야 밤새껏 쓴 손편지를 다섯명의 아이에게 각각 건내며 사과했다. 그러나 팸의 한 아이는 학급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딸의 편지를 찢으며 말했다, "엄마가 이걸 보면 일이 커진다." 딸은 수치심에 눈물을 흘렸고 그 아이와 팸은 싸늘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다.


딸을 팸의 우두머리라 생각했던 그 아이는 이제 누가 팸의 우두머리인 줄 안다. 2015년 3월 학교에 처음 등교한 날 자기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그 아이, 딸이 같이 놀자고 만든 모임을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팸'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아이다.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많은 음식을 제공하고 자신이 받은 상패와 트로피를 소개하던 그 아이. 늘 팸의 중심에 섰던 바로 그 아이가 진정한 우두머리임을 알게 된 것이다.



팸의 집단 따돌림 사건이 드러난 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기로 결정되고 팸의 우두머리인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무런 사전 연락없이 내 집으로 쳐들어왔다. 그들은 자기 딸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딸이 우리 딸에게 먼저 폭행을 했다."


그들은 사과가 아니라 피해 학생인 내 딸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사과나 화해가 아니라 자기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으름장을 놓기 위해 온 것이다. 그들은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사정을 토로하기에 바빴다. 학폭위가 열리기 하루 전날 나와 아내의 동의나 연락없이 내 딸을 차량으로 이동시켜 가해 학생들과 만나게 한 후 마치 가해 학생들과 내 딸을 불러 화해하는 듯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상식과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들은 그것을 화해를 위한 노력이고 내 딸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해 학생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학폭위가 열리던 날 그전까지 죄송하다, 미안하다, 아이를 잘못키웠다 말하던 자들이 한결같이 내 딸이 먼저 목조르기, 욕설, 모욕, 따돌림을 했다고 주장했다. 학폭위는 내 딸에 대한 가해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을 인정하면서 또한 가해 학생 보호자들이 주장하는 내 딸의 폭행도 인정하여 상호 가해, 피해 조치를 내렸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었다.



빛가람 중학교 학폭위는 가해 학생인 다섯명의 아이들에게 "서면 사과" 조치를 내렸다. 다른 조치는 없다. 그리고 피해 학생인 내 딸에게도 "서면 사과" 조치를 내렸다. 가해 학생들과 그 보호자들은 내 딸이 먼저 폭행했으며 그것이 딸에 대한 집단 따돌림의 정당한 이유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과 통보를 받고 담담해야 하는 내 마음을 추스릴 수 없었다. 딸과 아내에게 무엇이라 설명해야 하는가. 학교를 믿었던 내가 잘못인가. 수없는 자책이 반복되었다.



빛가람 중학교에서 일어난 이 일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지금도 한국 어디서든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빛가람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도 분통 터지지만 그리 특별하지 않다. 최근 인천 모 중학교의 학폭위는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남학생에게 등교정지 10일의 처분을 내렸다. 학폭위 따위 믿지 말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학폭위 결정이 나온 후 교장과 교감은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학폭위 결정에 대해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학폭위 징계 사항 통지문에는 빛가람 중학교장의 직인이 찍혀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건가.



나는 이 사건의 2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내야했다. 가해 학생들과 그 보호자들이 주장하듯 내 딸이 혹시나 정말 다른 아이들을 괴롭혔나 확인해야 했다. 딸에게 수없이 물었다, 


"너 그 아이 목을 졸랐니?"

"너 그아이에게 욕을 했니?"

"너 그 아이를 따돌리고 모욕했니?"


입술에 마른 거품이 나올 때까지 물었다. 확신이 없으면 2부를 진행할 수 없다. 가해 학생과 그 보호자의 철면피한 주장과 학폭위의 결정은 이 질문과 관련없다. 이건 나와 내 딸의 양심의 문제다. 그래서 딸이 괴롭든 말든 계속 물었다. 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무엇이든 나는 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딸의 보호자인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 내 딸은 가해 학생들과 그 보호자들이 주장하는 학교 폭력을 하지 않았다.



몇 주간 딸과 대화하고 학교 측 이야기를 듣고 가해 학생들의 행동과 주변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전형적인 '팸의 따돌림 놀이'가 이 사건의 본질인 것 같다. 수업 끝나고 노래부르고 음악 듣다 헤어졌던 아이들이 갑자기 '팸'이 된 이유는 팸의 씨앗 때문이다. 무리를 만들고자 했던 그 씨앗이 발아했고 따돌림 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그 씨앗이 누구인지 파악할 능력이 딸에게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런 악의 씨앗을 구분하는 법을 딸에게 교육하고 있다. 그런 씨앗의 전형적인 행동과 태도에 대해 알려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씨앗을 떼어낼 수 없으면 니가 그 모임을 떠나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다. 딸은 같이 노래하고 이야기하는게 좋아서 계속 그 모임에 있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팸의 따돌림 놀이 첫번째 술래는 재미가 없었다. 팸의 따돌림 놀이에 반응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두번째 술래는 아이들을 모으고 놀자고 했던 딸이었다. 딸의 따돌림 사건이 극으로 달하고 있을 즈음 학급에 또 다른 아이가 전학해왔다. 팸은 그 아이를 받아들였다. 딸의 학폭위가 열린 그날 여섯명의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복도를 가로 질러 갔다. 세번째 술래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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